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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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하나둘 보유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면서 저평가 해소가 기업들의 당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재무구조를 개선해 투자심리를 북돋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자산 재평가가 기업의 실질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보유 자산을 재평가해 발표한 상장사는 총 1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15곳)의 93% 수준으로 오는 4분기를 감안하면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부동산 등 보유한 유형자산의 장부가와 현재가치 차이가 크게 벌어질 때 자산을 재평가해 이를 일치시킨다. 상장사들은 주가 부양 목적으로 자산을 재평가하기도 한다. 자본총계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개선되고, 주가와 장부가를 비교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 동화기업은 올해 서울·인천·충남 등에 소재한 토지 총 83필지에 대한 장부가를 재평가했다. 보유 필지의 장부가액은 기존 3733억원에서 재평가 후 735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에 자본총계는 3716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5.3%에서 98.3%로 크게 개선됐다.

선앤엘(SUN&L)도 인천·경남 등에 소재한 토지 총 24필지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했다. 보유 필지 장부가는 기존 834억원에서 재평가 후 3177억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자본총계는 2343억원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기존 171.4%에서 85.2%로 크게 낮아졌다.

이 밖에 △롯데관광개발(장부상 평가액 증가분 4569억원) △성안머티리얼스(682억원) △아이앤씨(655억원) △한중엔시에스(467억원) △서부T&D(444억원) △동양에스텍(416억원) △압타머사이언스(279억원) △대성하이텍(188억원) △셀리드(151억원) △뉴프렉스(131억원) △스피어파워(115억원) 등도 자산을 재평가해 장부상 평가액을 끌어올렸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PBR이 낮은 기업들이 자산 재평가로 지표 개선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는 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PBR 1배 미만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모두 팔고 사업을 접었을 때보다 현재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다만 자산 재평가가 기업의 근본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주가 부양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히려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방안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평가받는 주가의 구성 요소에는 현재 보유한 자산 가치도 들어가겠지만, 그보다 미래에 창출될 현금 흐름 정보가 중요하다"며 "자산 재평가로 단기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으면 주가 부양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본질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려면 사업의 성장성을 보이고 주주환원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산 재평가는 주주가치 제고에 핵심 요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