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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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증권사인 궈타이쥔안과 하이퉁이 합병한다. 총자산 315조원 규모로 1위 시틱증권을 단숨에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제일재경과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저녁 궈타이쥔안은 홈페이지를 통해 하이퉁을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병은 일류 투자은행을 건설하고 업계의 질적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3 양사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두 법인이 합병할 경우 총자산은 1조6800억위안(약 315조5000억원), 순자산은 3300억위안(약 62조원)에 달한다. 업계 1위 시틱증권의 1조5061억위안(약 282조9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합병은 궈타이쥔안이 주식을 발행해 하이퉁 상하이 증시 상장주식(A주)과 홍콩 증시 상장주식(H주) 소유자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궈타이쥔안은 자금 조달을 위해 A주를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 온라인 관영매체 펑파이신문은 "중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 'A+H' 양자 시장 흡수 합병"이라며 "중국 자본시장과 증권산업에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금융공작회의에서 "월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투자은행을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한 달 만에 회의를 열고 2035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을 2~3개 만들겠다고 밝혔다. 차이신은 지난 5월 당국이 두 기업의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병에는 상하이 부서기 출신인 우 위원장의 영향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는 궈타이쥔안 지분의 약 3분의 1, 하이퉁 지분 20%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 기업이 모두 상하이에 위치한 만큼 합병 논의 중 발생할 수 있는 지방 세수 등으로 인한 갈등도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최근 여러 해에 걸친 중국 증시 부진과 자본시장 침체 역시 이번 합병의 계기가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에 빠져들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2021년 12월 대비 23% 넘게 하락했다. 주식 거래 수수료가 급감했고 기업공개(IPO)도 씨가 말랐다. 시틱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본토 거래소 신규주식 공모 가치는 1년 전보다 85% 급감했고 일평균 거래량은 7% 줄었다.

하이퉁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169억위안(약 3조1700억원)에서 88억위안(약 1조6500억원)으로 반토막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5대 증권사 중에서는 순이익이 6.5% 감소한 시틱증권이 가장 선방했다.

중국 증권업계가 혹한기를 맞으며 인수·합병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선전시 구오센증권은 지난달 지역 경쟁사인 반호증권 지분을 53%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산시성 중견 증권사 웨스턴증권은 궈롱증권 인수 계획을 밝혔다. 화창증권과 핑안증권 역시 합병을 논의 중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