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전 전기차 차량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마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14일 오전 전기차 차량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화마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6일 내놓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에 따르면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다. 다만 지하 3층까지 충전기 설치를 허용하는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자동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시설이다. 화재 발생이 감지되면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배관의 헤드가 열리며 물이 쏟아져 불길을 잡거나 번지지 않도록 한다.

스프링클러 설치 유무에 따라 화재 시 초기 진압 성공 여부와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이 갈릴 정도로 중요한 화재 진압 시설이다.

이에 정부는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화재 발생 시 감지·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로 했다.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성능이 개선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도 허용한다.

습식은 스프링클러 배관 전체가 평상시 물로 차 있지만 준비작동식은 일부 구간이 공기로 채워져 있어 추운 날씨에도 배관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작다.

아울러 정부는 이미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의 경우 설비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평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하주차장 화재 시 조기 진압을 위해 화재감지기를 기존 열감지기에서 조기감지형 연기감지기로 교체·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기차 전용 소화장비 확충을 통해 화재 대응능력도 강화한다. 내년까지 전국 240개 모든 소방관서에 이동식 수조, 상향식 방사장치, 질소소화덮개 등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대 보급하고, 성능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조치가 마무리되면 전국 소방관서의 이동식 수조는 현재 297개에서 397개로, 방사장치는 1835개에서 2116개로 늘어난다. 소화덮개도 875개에서 1131개로 보강된다.

아울러 정부는 민·관 협업으로 군용기술을 활용해 지하주차장에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소방차를 연내 개발해 내년부터 보급에 나설 방침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해서는 과충전을 자체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보급하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지하 3층까지 충전기 설치를 허용하는 기존의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인천 청라신도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선 충전기를 웬만하면 지상에 설치하고, 지하여야 한다면 바깥공기와 접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 변경 방안은 화재진압 여건 등을 고려한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추가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충전기의 지상화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는 지하 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주차 구획이 없는 층'은 층을 셈할 때 포함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지하 4층 이하로도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존 건물(2022년 1월 28일 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주차면 수 2% 이상을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로 만들어야 하는 규정 시행을 1년 미루기로 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