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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략 지역은 핵심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사우스의 신흥시장 거점국들이다. 세계 10대 자원 부국인 몽골을 비롯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EPA(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해 서남아 통상 벨트를 구축한다. EPA는 FTA와 유사하지만 관세 철폐보다 자원, 에너지 등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협정이다.

-2024년 8월23일자 한국경제신문-

지난 8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통상 전략 로드맵’의 한 부분입니다. 이날 정부는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 수준에서 90%까지 넓힌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자유무역 기반의 공급망 세계화가 퇴보하고, 각국이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해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FTA 외에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보입니다. 정부는 자원이 풍부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FTA가 아닌 EP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흥 경제 권역에 무역, 투자,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23개국과 체결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확대해나간다고 합니다.

EPA와 TIPF는 시장 개방, 관세 철폐가 핵심인 FTA와 달리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포스트 FTA’라고도 불리는 EPA는 일부 품목에 대해선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지만, 이보다는 자원과 에너지 등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핵심 광물 등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협정입니다. 10여 년 전 한·미 FTA 추진 당시 저렴한 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유입을 우려한 농민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이어진 적이 있지요. 이처럼 민감한 시장 개방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란 당면 과제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조지아, 몽골, 태국, 탄자니아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핵심 10개국과 EPA를 체결하기 위해 추진 중입니다.

TIPF는 관세 인하 등 시장개방은 아예 다루지 않는 일종의 MOU(업무 협약)입니다. 별도로 FTA를 추진하긴 어렵지만 공급망, 무역투자 등 특정 영역에서의 협력이 필요한 국가들이 대상으로 꼽힙니다. TIPF는 MOU인 만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협상 기간이 짧아 빠른 시간에 확대가 가능하단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2023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한국과 TIPF를 맺은 국가는 폴란드, 브라질, 카타르, 에디오피아 등 23개국에 달합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체코 등 33개국과도 협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확산 속도지요.

이런 움직임은 자유무역 시대의 ‘균열’이 낳은 산물입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정부의 등장, 미·중 무역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최근 10여 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은 FTA와 함께 세계 무역 질서의 바탕이 되어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를 흔들었습니다.

마치 냉전시대처럼 세계가 두 편으로 갈라진 가운데 전 세계적 자유무역에 기반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각 나라도 자신들만의 셈법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희토류, 흑연, 요소 등의 수출을 통제하는가 하면, 글로벌 소비를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쇠락한 제조업을 재건하고 나서면서 전 세계의 수출입 지형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석유, 가스, 니켈 등 자원을 수출해 번 돈으로 자동차, 휴대폰 등 완제품을 구매하던 인도네시아 같은 개도국들이 자국이 보유한 자원의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전 세계 무역망은 전에 없이 혼란한 상황입니다.

EPA와 TIPF 부상은 이처럼 불확실성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는 각국의 니즈(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WTO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에도 매년 글로벌 무역량은 증가 중입니다. 자유무역은 쇠퇴했지만 이른바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 간의 관계는 더 끈끈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자유무역 '흔들'…FTA 대안으로 떠오른 EPA
중국이 흑연 수출을 통제하자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로 흑연 공급망을 확대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부존자원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과거 한국처럼 중진국으로 도약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한국의 성장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EPA와 TIPF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황정환 기자

NIE 포인트

1. WTO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원인을 알아보자.

2. FTA와 EPA, TIPF의 차이를 공부해보자.

3. 정부가 ‘포스트FTA’를 확대하는 이유를 분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