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톰슨 FM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이 최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FM
제임스 톰슨 FM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이 최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FM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임스 톰슨 FM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에서 기자와 만나 “각각의 발전소나 공장마다 위험 요인이 모두 다르다”며 “각 사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톰슨 부사장은 1993년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에 입사해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 엔지니어, 영업, 언더라이팅(보험 가입 사전심사) 등을 모두 경험한 보험전문가이자 ‘정통 FM맨’이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전기차 주차장 화재와 관련해 톰슨 부사장은 “과거의 데이터만으로는 사고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주차장은 강철로 만든 차체에 휘발유에 가득 차 있는 차량이 쭉 서 있는 공간이었다”며 “과거 통계만으로 위험을 예측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벌어지는 화재에 대해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FM은 손실을 예방하거나 경감하도록 지원하는 재물보험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1835년 설립돼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에는 1998년 진출해 재난 예방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22년 7월 법인을 세우고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지난 7월 17일에는 사명을 ‘FM글로벌’에서 ‘FM’으로 바꾸는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FM이 다른 보험사와 차별화되는 점은 ‘사고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FM은 ‘대부분의 손실은 예방할 수 있다’는 비전을 내세운다. 배터리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 분야 사업장에 FM이 연구한 자체 시나리오들을 기반으로 설비 배치를 조언하거나, 방재 관련 제품을 구비토록 솔루션을 제안해 안정성을 높이는 식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5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약 1980여 명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각 산업별로 특화한 엔지니어가 리스크를 확인한 뒤 건축 소재, 스프링클러, 자연재해 리스크, 시설물 리스크 등을 점검해 효과적인 예방 대책을 제공한다.

톰슨 부사장은 “엔지니어링과 리서치는 FM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화재나 폭발 등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하도록 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FM의 업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세계 최대 규모의 재난 연구소인 'FM 리서치 캠퍼스'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웨스트글로스터에 있는 FM 리서치 캠퍼스에선 대규모 화재·홍수·강풍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톰슨 부사장은 “예컨대 리튬이온 배터리를 폭발시킨 뒤 어떤 가스나 화학물질이 얼마나 나오는지, 열은 얼마나 방출이 되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이런 분석 결과를 반영해 방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웨스트글로스터에 있는 'FM 리서치 캠퍼스' / 사진=FM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웨스트글로스터에 있는 'FM 리서치 캠퍼스' / 사진=FM
FM은 이런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6월 경기 화성시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정부 주도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톰슨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FM이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고객사와 서로 교류하며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며 “전반적으로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톰슨 부사장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나 자연재해 등 위험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군과 무관하게 자연재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도 홍수나 태풍, 산불 위험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연이은 배터리 화재 등으로 위험 양상이 바뀌는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미래를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와 손실 예방에 더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