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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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던 직원을 해고했어요. 매출이 자꾸 줄어서죠. 사람들이 더 이상 술을 안 마셔요." 호주 시드니의 주류 소매점 사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6일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말까지 최근 1년 간 호주의 주류 판매량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5년 만에 가장 느린 증가세다. 이조차도 주류 업계에선 주류 가격 상승 영향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같은 기간 주류 판매량은 3.9% 감소했다.

기업들의 상황에서도 이같은 호주 주류 산업 둔화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 기업 트레저리와인은 이같은 소비 침체 때문에 이익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호주의 주류 소매 유통 업체 콜스의 이익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

알코올 음료 전문 시장조사 업체인 IWSR에 따르면 호주의 알코올 시장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3%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 영국 등 주요 시장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아울러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 보자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다. 1인당 술에 지출하는 금액도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호주조차 자국 알코올 산업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배경에는 호주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있다. 알코올은 호주인의 사회 생활과 정체성이 깊이 스며들어 있긴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주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호주보건복지연구소의 데이터를 보면 자주 술을 마시는 소비자 수는 약간 감소한 데 비해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소비자는 2001년 16.4%에서 지난해 23.1%로 확 뛰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지난 2년 간 주택과 에너지, 휘발유 값이 치솟았다. 호주의 '술꾼'들조차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갑을 닫았다.

로이터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려는 추세는 주류 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며 "맥주 냉장고를 판매하는 업체와 주류 소매 판매점, 주류 업체들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호주의 다양한 알코올 생산 업체와 소매 판매 업체들은 음주자 그룹을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판매 추세로 되돌리기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생활비 압박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진 때문이다.

로이터는 "노동비와 재료비 등이 빠르게 뛰고 있어 알코올 생산 업체들이 증가분을 흡수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알코올을 소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오르는 것도 호주 알코올 시장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