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투자자의 '차이나 런'(투자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현지의 소비 등 실물 지표 개선 속도가 더딘 가운데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對)중국 규제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주식 투자는 신중론이 주류를 이룬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보관 금액은 8억3200만달러(약 1조10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기준 중국 주식 보관금액(8억5200만달러)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서만 2000만달러(약 266억원) 감소한 셈이다.

올 2~4월 10억달러(약 1조3284억원)에 근접한 중학개미(중국 주식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보관액은 이후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4월 기준 중학개미 주식 보관금액은 9억8400만달러(약 1조3071억원)였지만 다달이 줄어 약 4개월 사이 1억5200만달러(약 2019억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사진=ChatGPT 4o
사진=ChatGPT 4o
증권가는 당분간 중국 증시가 답답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상해종합지수 밴드를 기존보다 낮춘 2680~2900선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 증시 상장사의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서 아직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단 분석이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에 이어 8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부진한 점은 실물지표 개선세가 더디다는 의미"라며 "이달 중순 발표될 8월 실물지표도 7월 대비 크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 소비 회복이 시장 예상보다 느리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가계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이 꾸준한 하락세이고,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도 부진하게 나타고 있다. 7월에 열린 3중전회(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와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소비 회복'을 유독 강조한 것도 소비 심리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 대선이 2개월 앞으로 임박하면서 중국에 대한 대외적 규제가 심해질 것이란 점도 부담 요인이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철강, 전기차 등 분야에서 대중 제재를 강경하게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 체력이 최근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며 "미 대선을 앞두고 중국 증시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투자한다면 방어주 성격의 고배당 업종 정도로 접근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증권가는 중국 증시에 과도한 우려도 일축했다. 중국 경기의 악화는 중국 정부의 강도높은 부양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책 발표 등에 대한 기대감은 가전과 같은 내수 업종의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만큼, 중국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경기가 안 좋은 만큼 역설적으로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 기대감은 높아지고,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던 추세도 지난 7월부터는 멈춘 상태"라며 "상해종합지수는 박스권 등락을 보이되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