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사와 부하 직원이 정기적으로 1대 1로 만나 대화하는 미팅 성격의 '원온원'이 기업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도입한 이후 직원 개개인의 성과가 향상됐고 기술 개발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상사에게 진행 중인 일, 성과, 건의사항, 개인적 고민, 아이디어, 커리어 계획 등을 털어놓는 자리인데 핵심적 특징은 부하 직원의 발언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 2017년 9월 원온원 시범 도입

현순엽 전 SK하이닉스 기업문화센터장(부사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공개한 간행물 '임금·HR연구'에서 원온원에 대해 "팀원들이 자신의 성과·성장·행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사를 초대하고 상사의 시간을 독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9월 HR(인적 자원) 부서에 한해 원온원을 시범 도입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유용한 성과 관리 방식으로 원온원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도입 초기엔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우리 문화와 다른 미국 기업에나 통할 법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HR 부서만 매주·격주 단위로 3개월간 원온원을 시범 도입하게 된 이유다.

막상 시행하니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팀장뿐 아니라 팀원들도 원온원을 계속하고 싶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전 부사장은 원온원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방법을 찾았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최고경영자(CEO)에게 원온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원온원은 '상사의 시간을 독점하는 팀원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온원이 활성화되면서 회의실이 부족해졌고 이후엔 회사 식당도 사용하게 됐다. CEO도 부문장급들과의 원온원에 적극 임하는 등 전반적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원온원, 효과 좋은 성과 관리 기술"

팀장과 팀원의 1대 1 대화일 뿐인데 별다른 차이가 있겠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원온원은 직원 개개인이 세우는 성과 목표를 스트레스와 분리시킨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현 전 부사장은 "같은 수준의 목표라도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일 수 있고 달성하고 싶은 자부심의 목표일 수 있는데 그 차이는 목표에 대한 소통"이라며 "소통 없이 무조건 높이 잡는 목표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지만, 달성했을 때의 목표가 갖는 의미와 스토리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면 그 목표는 정말 달성하고 싶은 설렘의 목표가 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기업들에선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 목표를 제시하라는 회사 요구에 달성하기 어렵지 않은 목표를 마치 넘기 어려운 것처럼 꾸며내는 식으로 목표기술서를 제출하곤 한다.

현 전 부사장은 "원온원의 성과 대화에 기반한 도전적 목표 설정은 팀원들에게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부심과 설렘의 목표가 된다"면서 "누가 해도 비슷비슷한 평범한 성과가 아닌 나만의 차별적 성과 찰출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효과적인 성과 관리 기술이라는 얘기다.

원온원으로 기술개발 방향도 조율…성과 '뚜렷'

원온원을 통해 깊이 있는 소통이 이뤄지면서 조직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등 실적을 내는 데도 일조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전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파트너십이 중요한 최고생산책임자(CPO)와는 매달 원온원을 했다. 제조기술부문장, D램개발부문장, 낸드개발부문장 등과도 분기에 1회 이상 원온원을 통해 협업·전사 기술개발의 정합성 조율 등에 초점에 맞춰 소통했다"며 "원온원이 만든 장점이 회사의 기술경쟁력을 전체 최적화 관점으로 높여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원온원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이전보다 주목 받고 있긴 하지만 실제 도입하려는 시도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1대 1 면담 정도로 간주되는 데다 혁신적 조직 관리 수단으로 보기엔 방법이 단순한 영향도 없지 않은 탓이다.

현 전 부사장은 "HR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생산성 제고를 지향한다"며 "기업의 생산성 제고는 전사적 차원의 멋진 HR 제도의 도입과 개선이 아니라 바로 현장 리더와 직원 간 소통의 구체적 실천에서 출발한다"고 짚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