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6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놓고 ‘제로베이스’에서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응급 의료 사태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6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놓고 ‘제로베이스’에서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응급 의료 사태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6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제로베이스’(원점)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6개월이 넘은 의료 공백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 의료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평가다. 여야의정(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의료계 정부) 협의체 구성에도 당정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논의 또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의료계가 논의 테이블로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협의체 구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오랜만에 한목소리 낸 당정

이날 대통령실이 낸 입장은 원점을 뜻하는 ‘제로베이스’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는 점과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요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대통령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했을 때도 여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었다.

그러던 당정은 이날 의료 사태를 놓고 처음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이 머리를 맞대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대통령실도 공감하는 방안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부도 의료계가 참여하면 얼마든지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적정 규모 논의에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것이고, 당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의료 사태를 둘러싼 급격한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3~5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급 의료 현장 혼란 등에 대한 정부 대응 관련 질문에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4%였다. 79%는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답했다.

○의료계·야당 입장이 관건

관건은 야당과 의료계의 협조다. 야당은 협의체 구성에는 긍정적이지만 2025학년도 정원까지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진의 현장 복귀를 끌어내려면 더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026학년도 정원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며 “협의체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 등 책임자 문책과 경질도 요구했다. 여당에서도 박 차관 교체 요구가 나왔지만 정부는 ‘의료개혁의 책임자를 경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중요한 임무를 맡은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오해를 사는 언행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의료계는 당장 내년도 의대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이에 반해 정부는 얼마 남지 않은 2025학년도 입시 일정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방안임을 강조해 왔다.

정소람/정상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