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수천 명이 희생된 ‘우키시마호 사건’ 승선자 명부 일부를 일본 정부로부터 전달받고 피해자 구제에 힘쓰기로 했다.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갈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마지막 셔틀외교에서 우리 측에 건넨 선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어제(5일) 우리 정부는 일본 측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가 담긴 19건의 자료를 전달받았다”며 “관계 부처를 통해 명부를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자 구제와 사건 진상 파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2일 조선인 노동자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 해군 수송선이다. 항해 도중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배에 타고 있던 조선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 측은 미군이 심은 기뢰에 배가 부딪쳐 침몰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선인 유족 측은 일본군이 고의로 배를 침몰시켰다고 보고 있다. 부산에 도착할 경우 분노한 조선인들이 보복할 것을 두려워해 해군이 자폭한 뒤 이를 침몰 사고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승선 명부가 침몰로 상실됐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명부 3개를 공개했다.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차관은 지난 5월 의회에 출석해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자료가 불충분한 탓에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 직전 명부를 제공하면서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가 차기 내각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이어가 달라는 메시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제공되지 않은 명부가 남은 만큼 일본 측과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개선된 한·일 관계의 기류 속에서 일본이 과거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희생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명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