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거리에 시중은행들의 ATM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시중은행들의 ATM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사진=한경DB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최근 은행들이 줄줄이 최장 50년에 이르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30년으로 줄이면서, 8월 말과 비교해 불과 며칠 사이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대출한도가 1억원 이상 깎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담대 만기 10∼20년 단축…대출 한도 '뚝'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만기가 3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현재 내주지 않고 있거나 이번 주부터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이었던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였고, 우리은행은 9일부터 같은 규제를 시행한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10년∼20년 짧아지면, DSR 계산식에서 한 해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에 결국 그만큼 현재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액은 크게 줄어든다. 은행권의 만기 축소가 이달부터 도입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겹쳐, 변동금리 상품의 한도 감액 효과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는 두 배로 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부터 도입된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스트레스 금리를 더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금리는 대출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리는 아니고, 대출 한도액을 결정할 때만 적용한다. 2단계 규제에서는 0.75%포인트를 더하는데, 특히 수도권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는 1.2%포인트를 더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예를 들어 현재 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4.59%라도, 1단계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4.97%(4.59%+0.38%p), 9월 시작된 2단계에서는 5.34%(4.59%+0.75%p)의 금리를 기준으로 한도가 책정된다.

결국 높은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할수록 갚아야 할 연간 원리금 규모가 커지고, 반대로 은행이 현시점에서 내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더구나 최근 가계대출을 발판으로 서울 등의 주택거래가 급증하고 집값도 뛰자, 금융당국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적용되는 2단계 스트레스 가산금리 폭을 당초 예정된 0.75%포인트(p)에서 1.20%p로 0.45%p나 확대했다.

결국 위의 사례에서 수도권의 경우 2단계 시행과 함께 이달부터 은행 DSR 산정 과정에서 5.79%(4.59%+1.20%p)의 금리가 기준이 된다.

대출 한도 얼마나 줄까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시행 등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원하는 대출자들의 대출 한도는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를 보면, 9월 이후 2단계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 연봉 1억원인 A씨가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 최대 5억6800만원(연간 원리금 3995만원=원금 1893만원+이자 2102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5.79%(은행 금리 4.59%+스트레스 가산금리 1.20%p)의 금리를 적용해 DSR 40%(연봉의 40%·4000만원)를 꽉 채운 결과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만약 이 대출자가 지난달 1단계 스트레스 DSR 단계에서 4.97%(은행 금리 4.59%+스트레스 가산금리 0.38%p)의 금리로 40년짜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6억9400만원(연간 원리금 3999만원=원금 1735만원+이자 2264만원)까지 가능했다. 불과 며칠 사이 한도가 1억2600만원(6억9400만원-5억6800만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비현실적이지만 50년 또는 40년 만기가 가능했던 지난달 30년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한도 축소 효과는 5500만원(6억2300만원-5억6800만원) 정도다.

같은 조건(만기 40년→30년·수도권 주택)에서 혼합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 변동금리)나 주기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0개월 주기 변동금리) 상품의 한도 축소 폭도 각 1억3600만원(7억8800만원→6억5200만원), 1억2200만원(8억200만원→6억8000만원)에 이른다.

다만 현시점의 절대 한도는 혼합형·주기형 상품이 변동형보다 1억원 안팎 많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더 유리하다. 변동형(1.20%p)보다 혼합형(0.72%p)에, 혼합형보다는 주기형(0.36%p)에 더 적은 스트레스 금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소득 조건을 바꿔 연 소득 7000만원 대출자가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경우, 만기가 40년에서 30년으로 줄고 2단계 가산 금리가 더해지면 한도가 4억8500만원에서 3억9800만원으로 8700만원 줄어든다. 같은 조건의 연 소득 50000만원 대출자 한도 축소 폭은 6300만원(3억4700만원-2억8400만원)으로 추산됐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