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능동 캠퍼스에서 만난 엄종화 세종대 총장은 “학교를 단순히 공대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창업 정신’을 갖출 수 있는, 배워가는 것이 많은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제공
8일 서울 능동 캠퍼스에서 만난 엄종화 세종대 총장은 “학교를 단순히 공대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창업 정신’을 갖출 수 있는, 배워가는 것이 많은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대 제공
“무용과, 호텔경영학과로 유명했던 세종대는 이제 신입생 10명 중 7명이 공대에 입학하는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개편했습니다.”

8일 서울 능동 캠퍼스에서 만난 엄종화 세종대 총장은 “2030년 글로벌 랭킹 100위 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25일 취임한 그는 서울대에서 물리학 학·석사를,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물리학자로 공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세종대는 지난해 THE 평가에서 국내 8위, 레이던 랭킹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여대에서 공대 중심 학교로

세종대가 이공계 인재를 육성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세종대는 1978년 수도여자사범대학에서 남녀 공학인 세종대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1997년 처음으로 공대 신입생을 받았다. 본격적인 변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의 프라임(PRIME·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에 도전하면서부터다. 프라임 사업의 핵심은 사회 구조에 맞춰 첨단학과를 많이 개설하는 데 있었다. 세종대는 예술대학에 있던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와 산업디자인학과를 과감하게 공대인 소프트웨어 융합대학에 옮겼다. 학과 이름도 각각 만화·애니메이션테크와 디자인이노베이션학과로 바꿨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세종대는 제출한 계획서대로 학교를 하나씩 바꿔나갔다.

학과 구조조정도 시작했다. 엄 총장은 “학과 평가를 통해 경쟁력 있는 학과의 학생 정원을 늘렸다”며 “어느 순간 이공계열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윤석열 정부의 첨단학과 증원 정책에 따라 첨단학과 정원이 208명 늘어났다. 이에 입학생 2564명(2024년 기준) 가운데 68%가 이공계 학생이 됐다.

이공계열 연구 환경 마련에도 힘을 쏟았다. 세종대는 학교와 30분 거리에 있는 경기 광주시에 연구 특화 캠퍼스를 짓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시설을 가동한다.

현장 출신 교수 대거 임용

세종대는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배워가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테크 학과가 대표적이다. 이 학과에서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이현세 작가가 학생을 가르친다. ‘먹대장’을 그린 이두호 작가도 같은 과 교수를 지냈다.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전문가들도 일하고 있다. 성과도 나왔다. ‘목욕의 신’을 그린 하일권 작가와 ‘이끼’를 그린 윤태호 작가 모두 세종대 출신이다.

엄 총장은 “학력과 같은 정량적 스펙보다는 산업에서의 활약상, 해외 대학 강의 경험, 국책 연구기관 경험 등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산업 트렌드가 무엇인지 학생에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교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직 교수의 창업을 장려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창업 활성화 프로그램이 있지만 낮은 임대료로 공간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이보다는 창업정신을 키워야 하는데 현재 대학이 직업인 양성소처럼 돼 구성원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엄 총장은 “지금까지 30개 가까운 교수 창업 회사가 생겼지만 제대로 벤처 투자를 받고 매출을 내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연구를 많이 하면 수업을 감면해주는 것처럼 창업 특화 교수 제도를 수립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 총장은 이공계를 중요시하지만 인문학적 소양 역시 필수로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를 통해 지식 패러다임 전환을 이해해야 기술 연구의 의미가 비로소 생긴다”며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강화해 학생들이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