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광주 용봉동에서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 마르게리트 위모의 2024년 작품 ‘휘젓다’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광주 용봉동에서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 마르게리트 위모의 2024년 작품 ‘휘젓다’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빛고을 광주에서 ‘판소리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라는 큰 판에서 예술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지난 7일 개막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과 맞물려 열린 덕에 수많은 국내외 미술 인사가 광주로 몰리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본전시가 이뤄지는 용봉동 전시관에서는 30개국에서 모인 72명의 작가가 공간과 소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의 절반 이상이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한 신작들이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온 유명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부리오는 “인간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1·2관에서는 ‘부딪힘 소리’를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 인간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작품으로 나타냈다. 관객들은 도시의 소리가 들리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야만 전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터널은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에메카 오그보의 작품이다. 고국인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음을 재생시켜 밀집된 도시의 삶과 모습을 소리로 전달한다.

밀집된 도시 속 부서지고 산업화된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도 놓였다. 먼지로 뒤덮인 피터 부겐후트의 설치작품 ‘맹인이 맹인을 인도한다’가 그것이다. 벨기에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든 뒤 완성작을 해체해 광주에 가져왔다. 현장에서 직접 조립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1관에서 5관으로 향할수록 전시장은 점점 넓어진다. ‘겹침 소리’를 주제로 삼은 3관에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한 작가들의 작업이 놓였다. 가장 가운데 자리한 미국 작가 맥스 후퍼 슈나이더의 ‘용해의 들판’이 3관의 하이라이트. 가로, 세로 각 10m에 달하는 대규모 조각 작품이다. 전시관 안에 모래 분화구, 폭포 등을 꾸려놨다. 광주지역 쓰레기 더미를 뒤져 오브제와 암석 등을 찾아내 산호초와 엮었다.

대미를 장식하는 4관과 5관은 ‘처음 소리’를 주제로 우주의 거대함과 분자의 미세함에 주목했다. 비앙카 봉디의 신작 ‘길고 어두운 헤엄’은 전시장 안에 광활한 소금 사막을 심었다. 계단과 의자를 세워 관객이 작품 위로 올라서도록 했다. 지금까지 주로 소금물을 이용해 작품을 선보여 온 봉디가 자신의 방식대로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생물의 기원, 환경 파괴, 자연 등을 설치작품으로 선보이는 ‘대지의 작가’ 마르게리트 위모는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신작 ‘휘젓다’를 제작했다. 빛을 이용한 대형 설치작업을 통해 미생물과 세균의 세계를 표현했다. 이날치 밴드와 협업해 드럼과 판소리를 결합한 사운드를 함께 들려준다.

올해 행사는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공간을 비롯해 양림동 8곳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 전시관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양림동 주택과 옛 건물들에 소리 작품을 심었다. 광주비엔날레는 12월 1일까지.

광주=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