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첫 사례가 나왔다. 의료계와 대중교통 등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이 이뤄진 업계를 위주로 관련 소송이 늘어날 전망이다.

8일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회장 김두경)와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김두경 회장의 자녀 김모 씨(29)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요양급여 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병원 작업치료사로 근무하던 김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직후 두통 고열 구토 등에 시달리다 사지가 마비돼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공단 산재심사위원회는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질환과 백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지만 재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법원은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20대 젊은 남성인 원고가 다른 원인으로 신경계 증상이 발현됐다는 명확한 증명이 없는 한 (백신과 질환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환자의 재활을 도와야 하는 원고의 작업 환경 특성상 백신 접종의 업무 관련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산재로 인정하면서 관련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는 48만4617건으로, 이 가운데 피해 보상을 신청한 사례는 9만9277건으로 집계됐다.

김씨를 대리한 안나현 법무법인 하신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이 그동안 백신과 질환 간 인과관계를 좁게 해석하면서 최종 산재 인정 건수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소송으로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웠던 사례들까지 산재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의료계 종사자 외 버스 기사 등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던 직종에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안 변호사는 “어린 나이, 기저질환 없음, 접종 직후 증상 발현 등 3대 요소만 충족되면 인과관계를 거의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 종사자 외에도 백신 의무 접종이 이뤄진 버스 기사 등 다른 직역에서도 소송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