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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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금은 모두를 매료한다. 아름다움은 잘 깨지지도,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안전자산답게 최근과 같은 증시 불안기에선 몸값이 계속 치솟는다. 금 못지않은 대접을 받아온 은 역시 투자자들 기대가 부쩍 커졌다. 금리 인하기 달러 가치 하락,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귀금속 투자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 성적이 나타난다. 각 형태의 장단점을 숙지하고 있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KRX 금시장’, 자산가 주목

지난 6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524.6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2500달러를 넘어선 뒤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 고점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아직은 상승 요인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향후 1년간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다면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7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여기에 미국 대선 이후 비(非)`서방국을 향한 금융 제재가 확대된다면 금 가격의 구조적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솟는 금 상승세에 올라타기 위한 투자 방법은 여럿이다. 일반 액세서리 구매를 제외하고 △금 상장지수펀드(ETF) △KRX금시장 △금 통장 등이 존재한다. 이 중 증시 투자자들에게 가장 쉽고 익숙한 방법은 단연 금 관련 ETF다. 국내 대표적인 금 관련 ETF로는 유일한 현물 상품인 ‘ACE KRX 금 현물’이 있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KODEX 골드선물(H)’ ‘TIGER 골드선물(H)’ 등이 있다.

금 현물 ETF는 만기에 따른 별도의 롤오버(선물 재매수) 비용, 환헤지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퇴직연금에서도 투자가 가능한데 이때는 차익분에 대한 배당소득세(15.4%)도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율 하락기에 선물 상품의 수익률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최근 한 달간 ACE KRX 금 현물 수익률이 1.06% 내릴 동안 KODEX 골드선물(H)은 4.31% 올랐다.

실물 금을 다루는 KRX금시장은 고액 자산가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금 거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시장인 만큼 혜택이 많다. 1g 단위로 증권사 앱을 통한 거래가 가능하고,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도 면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아니다.

한 대형 증권사의 16년차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들어 연초만큼 금 투자 관련 고객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대부분이 KRX금시장에서 실물 투자를 하는 자산가들”이라며 “금 관련 ETF는 선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투자 기간이 길어질 경우 3개월마다 꾸준히 지출될 롤오버 비용을 아까워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금을 실제로 인출할 경우 부가가치세(10%)를 내야 한다. 은행에서 거래 가능한 금 통장(골드뱅킹)은 KRX금시장보다도 작은 거래 단위(0.01g)가 특징이지만, 거래 수수료(1%)와 국제 금 시세 추종에 따른 환율 리스크가 단점으로 꼽힌다.

해외 ETF, 은 현물 투자 가능

은 역시 투자 방식 자체는 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KRX은시장’ 같은 장터는 없지만, 실버뱅킹(은 통장)과 실물 실버바 투자가 가능하다.

ETF 역시 대부분 구조는 비슷하지만 수가 적다는 점 정도가 차이다. 현물 상품은 없고 선물 상품도 ‘KODEX 은선물(H)’ ‘TIGER 금은선물(H)’이 전부다. 현물 투자 전략을 병행하고 싶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미국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나 에버딘의 ‘에버딘 스탠더드 피지컬 실버 셰어즈(SIVR)’ 등이 현물 은 시세를 1배로 추종한다. 실제 투자 시엔 미국 주식을 거래할 때처럼 차익 실현분의 22%는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은은 ETF보다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훨씬 다양하다. 지난 6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18개 상품이 상장돼 있다. 금(20개)과 비등한 수준이다. 은 가격의 상승과 하락 전망에 따라 레버리지, 인버스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ETN 시장이 영세한 국내 증시 특성상 대부분 종목의 거래대금이 최근 한 달간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상품도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은 투자 상품은 대체로 전망이 밝다. 급격히 오른 금은 일부 증권사에서 단기 조정 가능성을 내놓고 있지만, 은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저조했던 만큼 아직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날 미 COMEX에서 12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28.18달러에 거래됐다. 연초 24.32달러 대비 15.87% 상승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은 대비 금 가격의 평균은 68배였는데, 현재는 85배 수준으로 은이 역사적으로 저렴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