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화재를 예방하는 차세대 배터리를 앞세워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략한다. 열 확산을 방지하는 기술을 접목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을 넘기겠다는 취지다.

삼성SDI는 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에너지 전시회인 ‘RE+ 2024’에 참가한다고 8일 발표했다. RE+ 2024는 매년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청정에너지 전시회다. 삼성SDI는 이번 행사에서 ESS 전용 세 가지 신규 배터리를 선보인다.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고출력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이다. 모두 ESS에 들어가는 제품군이다.

삼성SDI는 특히 SBB 1.5에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화재를 예방하고 열 확산을 방지하는 모듈 내장형 직분사(EDI) 기술이다. SBB 내부에 화재가 발생하면 해당 배터리 셀이 들어간 모듈에 소화약제를 분사해 화재 확산을 막는 식이다. SBB는 20피트(ft) 크기의 컨테이너에 니켈 함유량을 대폭 높인 니켈·코발트·망간(NCA)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 관련 설비를 모두 장착한 ‘올인원’ 제품이다. 지난해 내놓은 1세대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37% 제고했다. 총용량은 5.26메가와트시(㎿h) 수준이다.

삼성SDI는 내년에 양산하는 UPS 전용 고출력 배터리도 출시한다. UPS용 배터리는 소재 개발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랙당 출력을 40% 이상 향상했으며 설치 공간은 9분의 1로 줄이고 수명은 3배 이상 늘렸다. UPS는 데이터센터에서 정전으로 데이터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하는 전원 공급장치다.

삼성SDI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LFP 배터리 기술을 비롯해 RE100, 탄소발자국 인증, 폐배터리 재생 노력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와 전략도 소개할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속화하며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 ESS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미국 등 글로벌 ESS 시장에서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력으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