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택자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한 우리은행이 이직과 질병 치료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사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정부 주문에 따라 까다로운 대출 규제를 발표한 은행들이 실수요자를 보호하라는 정부의 사후 요구에 따라 계획한 조치를 시행하기도 전에 번복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시행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제한 조치의 예외 요건을 8일 공개했다. 우리은행은 수도권에서 유주택자의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1일 발표했는데, 시행 하루 전 예외 요건을 내놓은 것이다.

먼저 결혼예정자는 주택을 소유한 가구원(부모 등)이 있더라도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상속으로 불가피하게 2년 내 물려받은 주택이 있는 유주택자에게도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공급한다. 또 이직,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이주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겐 주택 유무와 무관하게 전세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이 예외 요건을 발표한 것은 실수요자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지적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정상적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