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가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의 첫 유료 멤버십인 ‘배민클럽’ 보이콧에 나섰다. 배민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배달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배달앱 경쟁이 플랫폼과 외식업계 간 갈등으로 옮겨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민 멤버십 유료화 앞두고…배달앱-프랜차이즈 갈등 격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프랜차이즈 배달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의 수수료 인상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나명석 비대위원장은 “배달앱 3사가 올해 무료 배달 경쟁에 따른 비용을 모두 가맹점에 전가해 치킨, 피자, 족발 등 외식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며 “이달 공정위 신고를 추진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반발에 불을 붙인 것은 배민이 오는 11일 출시하는 배민클럽이다. 배민은 모든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배달 서비스를 이날부터 유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서비스 유료화 관련 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긴다는 점이다. 특히 롯데리아, 써브웨이 등 정액제 요금제만 이용하던 점주들이 받는 타격이 크다.

배민에는 정액제·정률제 등 두 가지 형태의 점주 전용 요금제가 있다. 정액제는 주문 건수와 상관없이 월 8만원만 내면 된다. 배민라이더가 아니라 부릉·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을 맡기고, 소비자에게 배달비 일부를 내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배민클럽이 시작되면 건당 수수료(6.8~9.8%)를 부과하는 정률제로 전환돼 점주가 무료 배달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기존 정액제 요금만 이용하던 프랜차이즈 점주는 ‘건당 수수료’와 ‘배달비’라는 이중 부담을 지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롯데리아 본사는 최근 점주들에게 ‘배민클럽 주문을 받으면 수익성이 나빠지니 미가입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배민클럽이 시행되면 점포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감당할 필요가 없던 배달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본아이에프, 써브웨이 등 다른 업체도 점주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지난달에도 중개비용을 잇따라 인상했다.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올리고,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카드 수수료(3.3%), 배달비(1900~2900원)까지 감안하면 소비자가 2만원어치를 시켰을 때 약 552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중개수수료율도 각각 9.8%, 9.7%로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경쟁이 격화하며 이들 플랫폼과 외식업체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과거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입점 수수료율과 납품가를 두고 갈등을 벌인 것처럼 ‘배달앱판 제(제조)·판(판매)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