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고액 자산가들이 지난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나흘 연속 내리자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 계좌 평균 잔액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지난달 30일~이달 5일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약 79억원어치)로 집계됐다. 2위는 SK하이닉스(약 73억원어치)였다. 삼성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수익률 상위 1% 고객이 같은 기간 순매수한 종목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4.96%, 4.45% 하락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7.26%, 9.95% 떨어졌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반도체 주가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특히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충족하지 못해 ‘인공지능 거품’ 우려까지 더해져 약세가 지속됐다. 고액 자산가들은 저가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의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주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24억90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하락하면 해당 ETF는 2% 오른다는 의미다. 최근 급락장이 반복되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고액 자산가가 많아진 모습이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