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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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마련하자고 했지만, 의사단체들은 “2025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는 바로 내일(9일)부터 시작된다. 의료계는 당초 '2000명 정원 증원'논란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돼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시작된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인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2026년 의대 정원부터 논의하자고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현재 정부를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2025년 정원 조정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가 절대불변의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포항 지진, 코로나19사태때 입시 일정이 조정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 일정 조정 시 학부모의 교육부 상대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지적에 대해선 "정부가 수험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실익도 따져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인 오승원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팀장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2025년 정원이 조정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안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대통령과 정부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증원을 백지화하자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인 근거에 맞게 제대로 다시 추산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한다고 의료 개혁이 늦춰지는 것도 아닌데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의료시스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긴 것"이라며 "교육 여건상 가능한 증원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 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시기는 지나버렸고 내년 3월에라도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해부학회 이사장, 대한면역학회장 등을 역임한 이왕재 서울대의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의대 증원 문제 등을 원만히 해결한다면 의료계 선배들도 전공의들에게 적극적으로 나와서 일하라고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의사 수 증원보다 필수 의료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선 새벽 3시에 불려 나가 환자를 살릴, 위험한 수술을 한 응급실 의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은커녕 무분별한 소송 위험만 따를 뿐"이라며 "의사들에게 봉사 정신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의료 수가가 너무 싼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환자 최소 부담금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감기 등 경증의 경우 소액은 환자가 보험 혜택 없이 직접 부담토록 하고 몇만 원 이상에 대해서만 보험 혜택을 줘서 과잉 진료도 막고 국가 재정 부담도 줄이자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환자에 한해 3만원 이하는 무조건 환자가 부담토록 한다면, '병원 의료 쇼핑'관행은 사라질 것"이라며 "아끼게 되는 재정으로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강화한다면 한국 의료시스템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