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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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후보)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후보)을 앞지르던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사실상 동률을 기록하면서다. 10일 예정된 토론은 두 후보의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시에나칼리지와 지난 3~6일(현지시간) 등록 유권자 1695명을 상대로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 비해 1%포인트 뒤졌다고 보도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인 3%포인트 이내다. 지난 7월 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 의사를 철회한 직후 해리스 부통령이 출마 선언을 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던 때와 유사한 결과다.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7개 주요 경합주의 여론조사 결과도 접전으로 나타났다.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등 3개 주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2%포인트 이내에서 소폭 앞섰다. 네바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4개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동률이다.

NYT는 "지난 한 달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새 후보로 기대감을 모으는 과정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이번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 청년층, 라틴계와 같은 유권자 집단에서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성과를 보였으나, 민주당의 기존 강점을 부각하지는 못했다"고 논평했다.

유권자들은 해리스에 대한 정보가 트럼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는 문항에 유권자의 28%가 동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같은 질문에 대해 9%만이 동의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넘어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유권자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는 차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유권자 중 60% 이상은 '차기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답했으나, 해리스가 이러한 변화를 대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한다고 답한 비율은 53%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47%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너무 진보적'이라 답한 것도 민주당에는 또 다른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너무 보수적'이라 응답한 비율은 32%로 집계됐다.

NYT는 트럼프의 약점은 '프로젝트 2025'라고 짚었다. 유권자의 75%가량이 프로젝트 2025에 대해 들어봤고, 그중 63%가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가 주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한 프로젝트다. 이들이 발간한 900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상무부와 교육부를 해체하고, 임신 중절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은 '프로젝트 2025'를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주요 소재로 써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프로젝트 2025'와 무관하다고 반박해왔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프로젝트 2025'를 들어본 사람의 7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정책을 제정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의제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각각 13%포인트, 10%포인트 우위를 점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와 민주주의 문제에서 각각 15%포인트, 5%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