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내곡공공주택지구 인근 그린벨트 모습. /사진=이솔 기자
정부가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내곡공공주택지구 인근 그린벨트 모습. /사진=이솔 기자
정부가 발표한 8·8 부동산 공급대책은 1기 신도시 재건축,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들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대책이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긴 시간 동안의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LH공사가 내년까지 11만 호의 매입임대주택을 달성하더라도, 이는 전세 수요를 다소 완화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분양 전환 시 전세 수요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과거 부동산 정책 중 지금과 같은 상황에 적합한 정책이 있습니다. 이 정책을 확대 적용하면 단기간 내 임대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급증과 소비 감소로 인해 발생한 상가 공실 문제와 중소형 오피스의 재활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9월 9일 국토교통부는 ‘빈 오피스, 상가,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 쉬워진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오피스와 상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할 때 주택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초 5·6대책의 후속 조치로 7월에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오피스, 상가, 숙박시설 등을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할 때 주택건설 기준을 완화하고 주차장 증설을 면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실이 많은 수도권 상가 모습. 사진=이솔 기자
공실이 많은 수도권 상가 모습. 사진=이솔 기자
8·4 대책에서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민간 사업자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까지 규제 완화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피스와 상가를 임대주택으로 용도변경 시 주택건설기준을 완화하고 주차장 증설을 면제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주차장 증설 면제 시 임차인을 차량 미 소유자로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하면 수도권의 빈 상가나 중소형 오피스를 신속히 리모델링해 요즘 유행하는 공유형 주거, 즉 코리빙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을 위한 저렴한 임대 주거용 상품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으며,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비어버린 집합 상가나 개인 상가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대규모 상가나 중소형 오피스를 임대해 운영하도록 해 월세 위주의 임대시장이 정착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 제도를 이용하면 요즘 문제가 많은 생활형 숙박시설도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준공 예정인 생활형 숙박시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투자자들에게 임대 수익을 보장하면 될 것입니다. 주차장 증설 면제 조항에 따라 임차인에서 차량 소유자를 제한하면 현재 건설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은 대부분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즉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수도권에 저렴한 공유주거와 중산층을 위한 대형 임대주택을 수십만 가구 공급할 수 있으며, 리모델링 작업이 증가하면서 인테리어나 가전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공간 활용을 혁신하는 추가적인 법안들이 필요하지만, 현재 발표된 정책부터 신속히 시행하여 당장 효과를 봐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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