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속내…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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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리뷰
영문학 교수 벨라와 문학도 크리스토프가
소설을 계기로 교감하는 이야기
스스로 고독을 자처하는 주인공들이
사람의 따스함을 찾는 모습 그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27일까지
영문학 교수 벨라와 문학도 크리스토프가
소설을 계기로 교감하는 이야기
스스로 고독을 자처하는 주인공들이
사람의 따스함을 찾는 모습 그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27일까지
"Listen to the sound inside. (마음 속 소리를 들어라)"
영문학 교수인 벨라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문장을 끊기지 않고 쓰는 연습을 시킨다. 자기 자신도 연습에 동참하다가 어느샌가 하나의 문장만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마음 속 소리를 들어라". 주인공의 내면의 소리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가 한국 초연 무대에 올랐다. 작가인 아담 랩은 영화감독, 록 밴드 멤버로도 활동하는 희곡 작가다. 30편이 넘는 희곡을 쓰면서 인간의 고립과 소외라는 주제에 집중해왔다. <사운드 인사이드>는 2018년 윌리엄스타운 씨어터페스티벌에서 초연한 후 2019년부터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2020년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뮤지컬 <일테노레>와 <어쩌면 해피엔딩>을 만든 박천휴가 이번 공연으로 연출가로 데뷔했다. 담백하면서 서정적인 내면 묘사로 등장인물을 그리는 능력을 지닌 작가다. 벨라 역에는 문소리와 서재희, 크리스토퍼 역은 이현우, 강승호, 이성준이 분한다. 고독한 두 명의 주인공
<사운드 인사이드>에는 두 명의 고독한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예일대학교 영문학부 교수인 벨라.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로 문학 수업을 가르친다. 중년의 여성이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책을 읽거나 와인을 마시며 지낸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 후로 17년이 지나도록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대뜸 찾아온 크리스토퍼. 벨라의 문학 수업을 듣는 새내기 학생이다. 이메일과 SNS를 몸서리칠 정도로 혐오하며 타자기로 소설을 쓰는 독특한 청년이다. <죄와 벌> 같은 소설을 남기겠다고 선언한 그는 자신이 쓰기 시작한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 벨라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첫 만남에서 크리스토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을 하고 바닥에 침을 뱉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그덕대며 시작한다. 점차 크로스토퍼의 소설을 계기로 벨라와 크리스토퍼는 서로의 고독한 삶 속에 점점 스며 들어가며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마음 속 소리를 들어라.
벨라는 등장인물이면서 작품의 화자 역할도 한다. 관객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과거와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시니컬하고 초연한 말투다. 친구도 없고, 수년째 소설도 쓰지 못하고, 어머니를 잃게 한 병이 자신에게도 유전될 수도 있는 그녀의 삶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속내를 숨기는 가면, 짙은 덤덤함이 느껴진다. 고독, 외로움, 두려움을 느끼지만 애써 괜찮은 척, 무심한 척한다. 크리스토프와 연락이 끊기고, 처음 보는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하거나 암이 발견될 때 그는 크리스토프를 떠올리며 의지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생을 마감할 약물을 크리스토프에게 부탁할 정도다. 고독한 삶을 자처하지만 깊은 속내에서는 온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크리스토프 역시 고독을 자처하는 존재다. 또래 학생들처럼 SNS를 하지도 않고, 관심사는 온통 소설과 문학가들 뿐이다. 마침내 소설을 완성해 벨라에게 평가를 받으러 가지만 그녀는 자신의 안락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할 뿐이다. 이 부탁을 거절한 크리스토프는 죽은 채 발견된다. 첫 만남 당시 분노하는 자신에게 공원에서 바람을 쐬고 오라고 한 벨라의 조언처럼 추운 겨울 공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한 소설을 마무리 지어 삶의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자신이 유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사람이 죽고자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는 모른다.
쓸쓸하다, 외롭다. 벨라의 내면이 하는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외로움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사운드 인사이드>는 고독한 인간 두 명이 소설을 핑계로 사람의 온기를 찾는 이야기다. "…"으로 끝나는 크리스토프의 소설처럼 이 공연도 벨라가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타닥타닥 소리로 끝난다. 마침표 없이 끝나는 이 이야기처럼 뚜렷한 결말과 해석을 제안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 담긴 풍경을 그려주는 연극이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27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영문학 교수인 벨라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문장을 끊기지 않고 쓰는 연습을 시킨다. 자기 자신도 연습에 동참하다가 어느샌가 하나의 문장만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마음 속 소리를 들어라". 주인공의 내면의 소리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가 한국 초연 무대에 올랐다. 작가인 아담 랩은 영화감독, 록 밴드 멤버로도 활동하는 희곡 작가다. 30편이 넘는 희곡을 쓰면서 인간의 고립과 소외라는 주제에 집중해왔다. <사운드 인사이드>는 2018년 윌리엄스타운 씨어터페스티벌에서 초연한 후 2019년부터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2020년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뮤지컬 <일테노레>와 <어쩌면 해피엔딩>을 만든 박천휴가 이번 공연으로 연출가로 데뷔했다. 담백하면서 서정적인 내면 묘사로 등장인물을 그리는 능력을 지닌 작가다. 벨라 역에는 문소리와 서재희, 크리스토퍼 역은 이현우, 강승호, 이성준이 분한다. 고독한 두 명의 주인공
<사운드 인사이드>에는 두 명의 고독한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예일대학교 영문학부 교수인 벨라.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로 문학 수업을 가르친다. 중년의 여성이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책을 읽거나 와인을 마시며 지낸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그 후로 17년이 지나도록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대뜸 찾아온 크리스토퍼. 벨라의 문학 수업을 듣는 새내기 학생이다. 이메일과 SNS를 몸서리칠 정도로 혐오하며 타자기로 소설을 쓰는 독특한 청년이다. <죄와 벌> 같은 소설을 남기겠다고 선언한 그는 자신이 쓰기 시작한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 벨라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첫 만남에서 크리스토프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을 하고 바닥에 침을 뱉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그덕대며 시작한다. 점차 크로스토퍼의 소설을 계기로 벨라와 크리스토퍼는 서로의 고독한 삶 속에 점점 스며 들어가며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마음 속 소리를 들어라.
벨라는 등장인물이면서 작품의 화자 역할도 한다. 관객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과거와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시니컬하고 초연한 말투다. 친구도 없고, 수년째 소설도 쓰지 못하고, 어머니를 잃게 한 병이 자신에게도 유전될 수도 있는 그녀의 삶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속내를 숨기는 가면, 짙은 덤덤함이 느껴진다. 고독, 외로움, 두려움을 느끼지만 애써 괜찮은 척, 무심한 척한다. 크리스토프와 연락이 끊기고, 처음 보는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하거나 암이 발견될 때 그는 크리스토프를 떠올리며 의지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생을 마감할 약물을 크리스토프에게 부탁할 정도다. 고독한 삶을 자처하지만 깊은 속내에서는 온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크리스토프 역시 고독을 자처하는 존재다. 또래 학생들처럼 SNS를 하지도 않고, 관심사는 온통 소설과 문학가들 뿐이다. 마침내 소설을 완성해 벨라에게 평가를 받으러 가지만 그녀는 자신의 안락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할 뿐이다. 이 부탁을 거절한 크리스토프는 죽은 채 발견된다. 첫 만남 당시 분노하는 자신에게 공원에서 바람을 쐬고 오라고 한 벨라의 조언처럼 추운 겨울 공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낸다.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한 소설을 마무리 지어 삶의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자신이 유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사람이 죽고자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는 모른다.
쓸쓸하다, 외롭다. 벨라의 내면이 하는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외로움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사운드 인사이드>는 고독한 인간 두 명이 소설을 핑계로 사람의 온기를 찾는 이야기다. "…"으로 끝나는 크리스토프의 소설처럼 이 공연도 벨라가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는 타닥타닥 소리로 끝난다. 마침표 없이 끝나는 이 이야기처럼 뚜렷한 결말과 해석을 제안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 담긴 풍경을 그려주는 연극이다. 공연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 27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