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르도 와인의 대표 산지인 프랑스 남서부 '앙트르 뒤 메르' 지역에서 농부들이 스파클링 와인 '보루이 발롱 보르도 크레망'에 들어가는 포도를 따서 컨테이너에 싣고 있다. /AFP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르도 와인의 대표 산지인 프랑스 남서부 '앙트르 뒤 메르' 지역에서 농부들이 스파클링 와인 '보루이 발롱 보르도 크레망'에 들어가는 포도를 따서 컨테이너에 싣고 있다. /AFP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앙트르 뒤 메르'에서 수확한 포도. /AFP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앙트르 뒤 메르'에서 수확한 포도. /AFP
악천후로 인해 프랑스 와인 생산량이 올해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탈리아로부터 탈환한 '와인 최대 생산국' 지위를 다시 빼앗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농업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올해 와인 생산량이 작년보다 18% 감소한 3930만헥토리터(1헥토리터=100리터)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헥토리터에서는 표준 와인 약 133병이 생산된다. 이는 지난달 예상치인 4000만~4300만헥토리터보다 낮은 수치다.

농업부는 특히 쥐라(-71%), 샤랑테(-35%), 발 드 루아르(-30%), 부르고뉴-보졸레(-25%) 지역에서 생산량이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리한 기후 조건이 대부분 와인 재배지역의 생산 잠재력을 감소시켰다고 전했다.

프랑스 농가는 지난 1년 폭우와 서리로 큰 피해를 겪었다. 개화 시기에 습하고 서늘한 기후로 인해 수분·수정이 안 돼 과실이 떨어지거나 생장을 멈추는 '꽃떨이(쿨뤼르)'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가 9년 만에 되찾은 와인 최대 생산국 지위를 다시 빼앗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프랑스는 2015년 이탈리아에 내준 와인 생산량 1위 자리를 지난해 탈환했다. 지난해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2023년 이탈리아 와인 생산량이 전년 대비 17% 줄어들면서다.

와인 전문 매체 비네투르는 "오랫동안 세계 와인 산업의 초석으로 여겨져 온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국의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와인 생산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두 나라 모두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3국의 와인 생산량 추이. /국제와인기구(OIV)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3국의 와인 생산량 추이. /국제와인기구(OIV)
다만 기후 위기가 지속될 경우 프랑스·이탈리아 모두 기존의 전통을 잇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 농업식량환경연구소(INRAE) 연구진은 지난 3월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번 세기말까지 현재 와인 주요 생산지인 프랑스 남부·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약 90%가 와인 생산에 부적합한 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 속도로 상승해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오를 경우 전통의 와인 생산지에서 더 이상 와인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프랑스 보르도 등 전통 와인 산지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는 경향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스 북부, 영국 남부, 미국 워싱턴·오리건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은 와인 생산에 적합한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