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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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가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방지하는 취지의 '디지털 디톡스'를 돌연 전면에 내걸고 나서 주목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디지털 디톡스 열풍에 올라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장기적 수익 기반을 다지려는 '역발상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오는 10일 디지털 통신 플랫폼 '너겟' 이용자 100명 대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한다. 너겟은 MZ(밀레니얼+Z)세대 가입자에게 '몰입의 순간을 경험해'라는 핵심 키워드로 브랜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LG유플러스는 디지털 디톡스 제품을 만드는 스톨프와 협업해 오프라인 공간에 모여 스마트폰 없이 피크닉을 즐기는 '노 폰 오아시스(NO PHONE OASIS)'를 기획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박스에 스마트폰을 넣고 데이터와 통신이 차단되는 '스톨프 폰 박스'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넣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KT도 지난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청소년 대상 '디지털 디톡스 캠프'를 열었다. KT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기기 의존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날로그 활동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이 행사는 기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활동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참가자 110명 모집에 신청자 3000여명이 몰렸을 정도다.
사진=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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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된 중학생 110명은 스마트폰의 올바른 활용과 디지털 과몰입을 예방하는 특강 등을 들으며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또 아날로그 카메라 체험, 요가와 명상, 캠퍼스 투어 등 스마트폰 사용에서 벗어난 다양한 활동을 체험했다.

SK텔레콤은 올해 2월 서울시 마포구 홍대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복합 문화공간인 'T팩토리'에서 도파민 디톡스 체험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 드립니다'를 열었다.

SK텔레콤은 청년세대의 스마트폰 과의존과 도파민 중독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참여자는 스마트폰을 따로 보관하고 찜질방 콘셉트 전시 공간으로 입장한 뒤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를 점검한다. 이후 독서, 명상, 퀴즈 풀기 등을 통해 도파민 디톡스를 체험하고 체험 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타월을 인증서로 받았다.

단순히 행사만 여는 게 아니라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한 요금제도 등장했다. 알뜰폰 업체 '핀다이렉트'는 2022년부터 이날까지 디톡스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핀다이렉트의 '디지털 디톡스 챌린지' 요금제는 3기가바이트(GB), 5GB, 7GB로 구성됐으며 요금 구간별로 통화 30~100분, 문자 30~100건 등 최소한의 정해진 양만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너겟' 노폰 오아시스 포스터/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너겟' 노폰 오아시스 포스터/사진=LG유플러스 제공
휴대폰 데이터를 더 많이 사용해야 이익을 보는 통신사들이 이러한 역발상 마케팅에 열 올리는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발맞춰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최근 '짧은 영상(숏폼) 중독'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1020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노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23.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틱톡이나 유튜브 숏츠 같은 숏폼의 경우 국민 73.5% 시청하고 있었으며 23%는 숏폼 시청 조절이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지털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젊은 세대 가입자들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서비스와 이벤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고가 요금제 등 통신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통신사들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진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디지털 디톡스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