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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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단기채·비우량채 산 채권개미들…그 이유 살펴보니 [류은혁의 채권 투자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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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교과서 <6>
분석편, 개인 투자자 어떤 채권에 꽂혔나

금투세 피하기 위해 연내 만기 단기채 주목
금리 인하 기대감 반영…'고수익' A등급 회사채 줍줍


개인 투자자들이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피하기 위해 만기가 짧은 단기채와 고수익 대안 상품으로 떠오른 A등급의 비우량 회사채를 주로 사들이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 매력이 높아진 비우량 회사채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8월1~9월6일 기준) 만기 기간 '6개월 이하'인 채권의 거래 건수가 6만2594건을 기록하며 전체 채권 거래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년 초과 2년 이하 채권(4만1325건), 6개월 초과 1년 이하 채권(2만435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장기채에 속하는 10년 초과 20년 이하 채권의 거래 건수는 5256건에 불과했다.

금투세 피하기 위해 연내 만기 채권 노려

8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채권은 연내 만기를 앞둔 '국고01875-2412(21-10)'다. 개인투자자들의 국고21-10에 대한 순매수 규모(2841억원)는 순매수 상위 2위와 3위를 차지한 '국고01500-5003(20-2)'(1232억원), '국고03250-5403(24-2)'(1035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국고20-2와 국고24-2는 각각 2050년, 2054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초장기물이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채에 매수세가 몰리는 배경엔 금투세가 있다. 내년 예정대로 금투세가 시행되면 250만원 이상의 채권 매매차익에 22%, 3억원 이상 차익에는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간 채권은 매매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고 이자 소득에만 15.4%의 세금을 매겼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비우량 회사채로 몰려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비우량 채권에 속하는 회사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상대적으로 채권 금리가 높단 이유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신용채 잔고(선순위 기준)에서 A등급 신용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19.0%에서 올해 7월 말 34.0%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7월 말 잔고 비중을 보면 전통 인기 우량채인 AA등급이 44.2%로 가장 컸고 A등급은 10.2%포인트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2022년 말에는 AA등급 51.3%, A등급 19.0%로 32.3%포인트에 달했던 비중 격차가 1년 반 사이에 3분의 1로 줄었다.

A등급 신용채의 투자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건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3∼4% 수준에 머물고 국내 증시가 횡보를 거듭하면서 A등급 신용채가 고수익 대안 상품으로 떠오른 결과다. 현재 A등급 회사채(2년물)의 금리는 최대 6%대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 금리는 높아진다. 최근 발행된 A등급 회사채로는 종근당홀딩스(A+), 하이트진로홀딩스(A), 다우기술(A), GS글로벌(A) 등이 있다.

하지만 비우량 회사채 투자는 자칫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앞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시 신용등급이 A-였으나 이후 신용평가사들이 다급하게 10단계 아래인 CCC등급으로 낮췄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신용채권으로 개인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채권은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