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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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부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의 장비 수출을 직접 통제하기로 하자 중국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에 보조를 맞추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네덜란드 정부가 ASML의 구형 노광장비(빛을 쬐어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장비) 2종의 수출 통제를 결정한 것 관련 "네덜란드가 지난해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결정한 데 이어 노광장비 규제 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근 몇년간 미국은 자국의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개별 국가에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관련 국가·기업의 정당한 권익이 손상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네덜란드는 지난 6일 "기술 발전으로 특정 제조 장비의 수출에 더 많은 안보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며 ASML의 구형 노광장비 2종의 수출을 직접 통제한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해 ASML이 중국에 최첨단 노광장비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구형 모델은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구형 모델에도 일부 미국 부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들어 ASML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해왔다. 이를 두고 네덜란드 의회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가 네덜란드 주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네덜란드가 미국의 제재를 따르는 방식이 아닌 직접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자립을 위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네덜란드 측에 "수출 통제를 남용하지 않고 중·네덜란드 기업의 공동 이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