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영토 넓히는 에너지엔…이집트 엘다바 원전설비 수주
발전 플랜트 전문기업 에너지엔이 연매출의 세 배가 넘는 대규모 해외 수주에 성공하며 퀀텀점프의 발판을 마련했다.

에너지엔은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1600억원 규모 기기 계약을 지난 2분기 발주사인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의 자회사와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정종구 에너지엔 대표(사진)는 “해외 원전에 국내 중소기업이 핵심 기기를 직접 납품하는 건 거의 유일무이한 일”이라며 “수주 규모가 워낙 커 공장 증설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엔은 엘다바 원전에 증기를 다시 물로 바꿔주는 복수기(콘덴서)를 비롯해 용존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을 제거하는 탈기기, 습분분리재열기(MSR), 고압급수가열기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액(1600억원)은 에너지엔 연매출의 세 배에 달한다. 정 대표는 “엘다바 프로젝트에서 추가 수주에 주력하고 있어 당분간 매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다바 원전은 2022년 한국수력원자력도 3조원 규모의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따내 화제를 모았던 현장이기도 하다. 에너지엔은 자체 기술력과 영업능력을 동원해 독자 수주했다.

군산자유무역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에너지엔은 1995년 설립된 발전 플랜트 분야 강소기업이다. 원전과 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복수기, 탈기기 등이 주력 제품이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생산에도 나서고 있다.

수출 비중이 90%가 넘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더 높다. 주요 고객사는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프랑스전력공사(EDF) 등이다. 정 대표는 GE에서 23년간 아시아 지역 구매 품질 부문을 관리하다가 올해 초 각자 대표로 에너지엔에 합류했다.

GE 재직시절 20여 개에 달하는 국내 국내 중소기업이 GE 협력업체에 등록될 수 있도록 주선해 국내 발전 산업의 성장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산=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