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강원 남부권의 운명이 다음달 결정된다. 폐광 지역을 가로지르며 경제 발전을 이끌 영월~삼척 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영월, 정선, 태백, 삼척 시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강릉 KTX(2017년 개통)와 서울~양양 고속도로(2009년 개통)를 성공 사례로 들며 예타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폐광지역 소멸 막아야"…강원, 新고속도로 사활
9일 강원도 및 시·군에 따르면 도와 시·군, 주민들은 폐광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를 막으려면 영월~삼척 고속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2035년까지 12년간 5조2031억원을 들여 70.3㎞를 건설한다. 이 구간은 경기 평택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 6축 고속도로의 미착공 구간이자 마지막 구간이다. 2002년부터 차례대로 평택~안성~음성~충주~제천까지 개통했다. 제천~영월 구간은 내년 착공한다. 영월~삼척만 남은 셈이다.

이 지역은 1960∼1980년대 말 한국 자원산업을 이끌며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석탄을 수송하기 위해 1970년대 초 정선선, 태백선 철도가 깔리며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1988년 당시 정부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을 유도했다. 이에 강원 남부지역 지역경제 침체기가 시작됐다.

영월~삼척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백두대간의 지형적 한계에 따른 낮은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고속도로 건설단가는 ㎞당 400억원이지만, 백두대간의 영향으로 영월~삼척은 ㎞당 702억원이 든다. 도와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주중 대비 주말 교통량(관광 교통 수요)이 많아 경제성이 담보된다고 주장한다. 강릉 KTX는 예타 당시 비용편익분석(B/C)이 1을 한참 밑돌았지만, 현재 만석 운행 중이다. B/C는 1보다 높으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1보다 낮으면 사업성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경우 경제성은 부족했지만 건설 이후 양양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고속도로 서비스 형평성도 지적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3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서비스 면적의 전국 평균은 78.2%인데, 강원도는 40.8%에 불과하다. 특히 영월, 정선, 태백 지역의 고속도로 서비스는 0%다. 도 관계자는 “고속도로가 생기면 폐광지역 경제가 되살아나고 동해안 물류 환경도 개선돼 기업들이 찾아오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