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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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친강 전 중국 외교부 장관(사진)이 하위직으로 강등돼 외교부 산하 출판사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명의 전직 미국 관리를 인용해 “친강이 서류상 중국 외교부 산하 세계지식출판사의 낮은 직급에 이름이 올라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의 강등은 올봄 이뤄졌으며, 위상이 추락하긴 했지만 극형이나 징역형 등의 처벌을 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늑대전사(전랑) 외교’를 상징했던 친강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총애를 받아 56세 때인 2022년 말 외교부 장관에 발탁됐고, 작년 3월엔 국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반년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6월 25일 돌연 자취를 감췄다. 당시 친강이 투옥됐다거나 자살했다는 등의 루머가 돌았다.

중국 당국은 별다른 설명 없이 7월 그의 외교부 장관직을, 10월에는 국무위원직을 박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언론은 “친강이 홍콩 봉황TV 아나운서 푸샤오톈과 미국에서 혼외자를 낳은 것이 경질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은 과거엔 언론 검열로 고위 관리의 사생활을 보호했기 때문에 사생활 문제가 중죄로 간주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시 주석이 고위층 부정부패 단속 강화를 주문한 시기에 친강의 내연녀 푸샤오톈이 SNS에 전용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거나 해외 지도자들을 만난 사진 등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푸샤오톈도 친강처럼 1년 이상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WP는 “시 주석 충성파인 친강의 초고속 승진이 다른 고위 관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며 “친강은 경험이 많은 관리들에 비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수완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가 앞장서 미국과 긴장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등 뒤에서 정치적으로 공격당해 실각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