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연 칼럼] 누구를 위한 중소기업 특공인가
집값이 고공 행진을 거듭 중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 청약은 꿈을 앞당길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2020년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한 이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로또 분양’이 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광풍까지 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공급은 말 그대로 ‘특별한 기회’다. 특별공급이란 일반 공급에 앞서 사회적,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아파트 중 일정 비율을 공급하는 제도다. 특공 대상은 청년,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장애인, 노부모 부양자 등 다양하다. 중소기업 장기 근속자 특공도 있다. 직원을 뽑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우수 인력 유입을 촉진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국민·민영주택(전용면적 85㎡ 이하) 공급량 중 10% 내에서 장애인, 국가유공자, 장기복무 군인 등과 함께 물량을 배정받는다. 중소기업에 5년 이상 또는 같은 기업에 3년 이상 재직 중인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신청 대상이다. 특별 혜택인 만큼 좁은 문이다. 통상 전체 공급 물량의 2% 안팎이 배정된다. 최근 서울 방배동에서 청약 일정을 진행한 ‘디에이치 방배’는 전체 3064가구 중 중소기업 근로자 특공 물량은 59㎡형 4가구, 84㎡형 14가구였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분양한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총 1637가구)의 배정 물량도 59㎡형 9가구, 84㎡형 7가구에 그쳤다.

신청 자격은 부동산업, 일반유흥주점업, 무도유흥주점업, 갬블링 및 베팅업 등 6개 업종을 제외한 모든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열려있다. 소득과 자산에도 제한이 없다. 이러니 제조 중소기업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벤처캐피털(VC) 등 인력 공급이 넘쳐나는 업체 재직자까지 너나없이 뛰어든다. SNS를 통해 정보를 발 빠르게 공유하는 이들은 ‘정보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더구나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융 여력이 취약한 제조 중기 근로자의 신청 포기가 속출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많은 금융사 재직자가 혜택을 차지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뿌리산업 재직자와 기능 자격증 보유자에게 가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비중이 워낙 미미한 탓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제조 소기업 또는 뿌리산업 재직자는 5점, 자격증 보유자는 3점의 가점을 받는다. 이에 비해 재직 1년마다 더해지는 점수가 3점(최대 25년간 75점)이다. 재직기간이 2년만 더 길면 뿌리산업 재직 가점을 상쇄하고 남는다. 이렇게 제조 중소기업 직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업체의 인력 확보를 돕는다는 당초 취지도 무색해졌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빚은 결과다.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 소기업 재직자의 가산점을 대폭 높이는 등 처방이 시급하다.

아파트 특공은 1963년 공영주택법 제정 당시 공공주택 건설과 함께 개념이 도입된 뒤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일관된 목표와 기준 없이 그때그때 정책의 선호나 성향에 따라 신설되고, 배점도 작위적으로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청약시장의 기본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록 적은 공급량이긴 하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선수에게 포상금과 연금에 더해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을 유지해야 하는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당초 특공의 목표가 정교하게 달성되고 있는지, 최근의 가구 및 세대 구성의 변화까지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 전반적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