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방안을 철회했다. 대신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플랫폼은 공정위가 사후적으로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위법성 입증 책임을 물리기로 했다. 사전 규제는 과도하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지만 업계는 여전히 규제 기준이 불분명하고 국내 업체만 처벌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는 중개·검색·동영상·SNS·광고 등 6개 분야에서 4대 반경쟁 행위(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 대우 요구)가 발생하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사업자인지를 사후 추정한다. 사후 추정 요건은 1개 회사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 1000만 명 이상 또는 3개 이하 회사 시장점유율이 85% 이상이고 이용자 수 2000만 명 이상인 경우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직간접 매출이 4조원 미만일 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당초 공정위는 작년 12월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내용의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지정제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제정하지 않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