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에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을 필두로 초·재선 의원들이 잇달아 ‘시행 유예’ 주장을 내놓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등 지도부가 무게를 실었던 ‘보완 후 예정대로 시행’ 안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금투세 도입과 관련된 여론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개미 분노에…野 '금투세 유예론' 불붙었다

민주 일각 “시행 유예해야”

이 최고위원은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국내 증시와 경제 상황을 보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일반 투자자가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 유예론이 공개적으로 나온 건 처음이다.

같은 날 초선의 이연희 의원도 SNS에 “자본시장 선진화가 먼저”라며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투세 논쟁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과세 논쟁과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 집권 세력이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역풍을 맞았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어 “‘99%는 해당이 없다’는 1% 과세론으로 종부세를 밀어붙였다가 정권을 내줬다”고 했다. 전용기 의원(재선)도 SNS에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 시행 시기에 대한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유예 의견을 처음으로 내놨다. 재선인 이소영 의원도 금투세 유예를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는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안에 힘이 실려왔다. 이 대표와 진 의장, 박찬대 원내대표까지 이견이 없었다. 정책위 상임부의장인 임광현 의원은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보완 패키지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연 납입금 한도를 늘리고(2000만원→3000만원), 해외 주식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내 주식 투자에 양도세를 물리고 해외 주식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안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당내에서도 “민감한 주제를 끌어와 역풍을 맞았다”고 우려하는 기류가 뚜렷해졌다. 이소영 의원은 전날 “실제 당내 의원들과 지도부 일각의 분위기는 변하고 있는데, 외부로는 고작 2~3명의 입장만 보이다 보니 많은 국민께서 ‘민주당 입장이 이미 시행으로 정해졌다’고 인식하고 그게 주식투자자들의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韓 “금투세 폐지 고집부릴 일 아냐”

그럼에도 강경파인 진 의장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금투세 도입이) 국민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며 “억지 선동이고 거짓 선동”이라고 했다. 진 의장은 “우리나라 금융세제가 금융상품별로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다. 더구나 증권거래세라고 해서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아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다수 소액 투자자는 아무런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고, 단일화된 세율에 따라 투자할 수 있어 간편해진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에 금투세 토론회를 재차 제안하며 공세를 높였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에 대해 일부 투자자가 이 대표 이름을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게 민심”이라며 “민주당에서 금투세 토론을 한다고 하는데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하는 게 진짜 토론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