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안전과 생명 지키는 것은 국가의 본질적 기능
오랜 기간 예산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예산 편성은 언제나 쉽지 않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 배열이 아니라 정부 철학과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꼭 필요한 곳에는 집중 투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재정당국과 긴밀히 토론하고 숙고했다. 이런 고민을 담아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 125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며, 정부 총지출(677조원)의 18.6%에 달하는 규모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립 이유이자 본질적 기능이다. 약자복지를 더 공고히 하고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며 저출생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재정을 2025년 예산안에 충실하게 담고자 노력했다.

첫째, 저소득층·취약계층을 더 넓고 두텁게 지원해 약자복지를 강화한다. 2025년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고 수준인 6.42% 인상함에 따라 4인 가족은 올해보다 매월 11만8000원의 생계급여를 더 받는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월 생계급여액을 19만6000원 올린 데 비해 윤석열 정부는 3년간 41만5000원 인상해 약자복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장애인 맞춤형 보호 강화도 추진한다. 대상자 9000명 추가와 가산급여 확대 등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예산을 올해 대비 2500억원 증액한다.

둘째, 의료 분야를 안보·치안 등 국가 본질 기능과 같은 반열에 두고 과감한 재정 투자를 추진한다. 내년부터 의료 분야 지원은 건강보험 의존에서 탈피해 국가재정과 건강보험을 양대 축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한다. 건강보험 수가로 해결하기 어려운 의료인력 양성,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전공의 수련 환경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전공의 수당을 소아청소년과에서 8개 필수진료과목으로 확대한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강화해 달빛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 소아의료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간다. 전국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의료를 선진화하며 지방의료원의 기능 특화를 추진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필수의료 연구개발(R&D) 혁신을 위한 투자도 병행한다.

셋째,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생애주기별 지원을 강화한다. 영구불임이 예상되면 생식세포 동결비용을 신규 지원하고, 임신 사전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가임력 검사 대상자를 1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확대한다. 노인일자리는 역대 최대 수준인 110만 개로 확대한다.

국가의 높은 품격은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이 인간다운 생활을 충분히 보장받는 환경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책임지는 복지부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힘과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