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사진=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금융감독원. /사진=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PF 정상화 펀드를 이용해 '꼼수 매각'을 하고, 이를 통해 건전성을 제고한 듯한 착시 효과를 일으킨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의 'A저축은행-B자산운용사에 대한 수시검사 결과(잠정)'을 발표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저축은행이 부실 PF 대출채권 정리 과정에서 사모펀드 조성으로 부실을 이연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금감원은 부실 PF 대출채권 매각이 많았던 A저축은행과 펀드 운용사인 B자산운용사에 대해 수시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지난 6월 A저축은행은 B자산운용사의 제1차 펀드에 908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자신의 부실 PF 대출채권을 장부가액(대출원금-충당금) 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매각이익 64억원(계열사 포함 151억원)을 인식했다.

이어 지난달 A저축은행은 B자산운용사의 제2차 펀드에 585억원을 투자하고 그 외 4개 저축은행도 함께 참여했다. 이때에도 A저축은행은 부실 PF 대출채권을 장부가액 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매각이익 65억원(계열사 포함 79억원)을 인식했다.

이 과정에서 A저축은행과 B자산운용사는 선순위 외부투자자를 제외한 저축은행별 펀드투자 비율을 부실 PF대출채권 매각비율과 정확히 일치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같은 방법으로 A저축은행은 표면적으로 부실 PF 대출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보이게 했으나, 실제로는 부실을 인식하지 않고 이연했다.

펀드에 투자비율과 정확히 일치하는 비율로 자신의 PF 대출채권을 매각함에 따라 PF대출채권이 펀드수익증권으로 대체되고, 이로 인해 매각시점에서는 사실상 PF대출채권을 보유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A저축은행은 PF 대출채권을 장부가액보다 높은 금액에 매각해 당기순이익을 부당하게 과다 인식(충당금 환입 129억원)했고, 이에 따라 연체율 등 건전성을 '양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꼼수 매각'이 가능했던 이유는 B자산운용사가 불법적으로 OEM펀드를 운용해서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금융사 등 펀드 판매사에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만든 펀드를 뜻한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투자자와의 이면계약 등에 따라 그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으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B자산운용사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 A저축은행의 개별 확인을 받아 투자대상 PF 대출채권을 최종 확정하는 등 OEM펀드를 운용해 A저축은행의 부실 이연에 조력했다.

별도 실사절차 없이 대출취급 시점(최대 4년 전)의 감정평가금액을 사용했고, 이를 근거로 산정한 외부평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해당 펀드가 PF 대출채권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했다.

향후 금감원은 A저축은행에서 발생한 매각이익(대손충당금 환입분)을 유가증권(수익증권) 손상차손으로 인식하도록 지도하고, 매각자산을 저축은행 장부에 다시 계상해 편법 매각으로 인한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착시효과를 제거할 예정이다.

또 B자산운용사의 OEM 펀드 운용 등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가 OEM 펀드 등을 활용해 부실채권 정리를 이연하지 않도록 시장감시를 지속하고, 필요시 추가 검사를 실시하는 등 PF 정상화를 위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업권의 편법적인 건전성 제고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