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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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역사는 지식 축적의 역사다. <지식의 탄생>은 그 발자취를 좇는다. 책을 쓴 사이먼 윈체스터는 기자 출신의 영국 프리랜서 작가다. 그는 여러 분야의 역사를 쉽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한 분야의 전문가처럼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여러 일화와 역사적 사건을 펼쳐내며 독자를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교육은 4000년 전에도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적을 통해 추정하기로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 쐐기 모양으로 깍은 돌로 점토판 위에 배운 내용을 적었다. 점토판에 적은 내용이 만족스러우면 빵 굽는 오븐 위에 잠시 올려두었다가 딱딱하게 굳으면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교육은 제법 엄격했는데, 기록에 따르면 불량한 행동을 하거나 결석하거나, 분통이 터지도록 느린 아이는 체벌을 받기도 했다.

종이책의 등장도 지식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인류의 지식을 응축한 백과사전이란 개념도 나타났는데, 1911년 처음 출간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29권 3만2000쪽에 약 4만개의 표제어를 수록했다. 저자는 “영어가 제1언어인 모든 국가에 거주하는 학식 있는 가정에서는 이 책이 모든 지식과 사고, 말과 가르침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배우고 생각하는 일’ 게을리하면 인류에 미래 없다 [서평]
책은 옛날얘기만 하지 않는다. 인류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 지식을 개발하고 축적했지만, 한편에선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도 횡행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인기가 바닥을 치던 시절, 그가 링컨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백악관에 칩거하며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기사를 두 면에 걸쳐 보도했다. 물론 완전히 거짓이었다.

미국에선 금주법이 폐지되자 주류 업계를 위해 일하는 홍보업자들은 의사에게 맥주가 우유보다 더 살이 많이 찌는 식품은 아니라고 주장하게 했다. 그런 주장을 바탕으로 ‘적당히 마시면 좋다’고 홍보했다.

기술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 예컨대 위성항법시스템(GPS)은 지도 읽는 법을 몰라도 길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인공지능(AI) 발전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AI에 물어보면 다 답을 해주니 굳이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해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생각도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

책은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저자가 확실히 말하는 것은 ‘안다’는 것의 중요함이다. 인류는 배움을 통해 앞으로 나아갔다. 지식을 믿음으로 대체한 자리에 광신도들이 생겨났고, 가짜 정보로 대체한 곳에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배우고 생각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인류 문명에 미래는 없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