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은행연합회에서 18개 은행장들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관련한 사과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은행연합회에서 18개 은행장들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관련한 사과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관련한 본인의 '오락가락'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존중하되, 실수요자의 대출이 갑자기 막혀버리는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0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전국 18개 은행장들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 원장은 "급등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좀 더 세밀하게 입장을 내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국민과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보시는 분들께 여러 불편함을 드려 이 자리를 빌어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이날 사과 발언은 은행권의 자체적인 가계대출 제한 조치와 관련한 본인의 입장이 최근 2주 사이에 정반대로 바뀐 탓에 발생한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한 것이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저희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들이 물량 조절 등 적절한 미시적 관리를 통해 (가계대출 억제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 7~8월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단행하던 금리 인상을 멈추고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중단 등 자체적 대출제한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은행마다 대출 제한 대상과 예외요건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발생하고, 이사 등으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자 이 원장은 이달 4일 돌연 "가계대출 관리 추세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교육 목적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부담을 주면 안 된다"며 "은행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들을 맞춰야 소비자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의 '갈지(之)자' 행보에 혼란이 커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실수요자를 일률적으로 정의하긴 어렵기 때문에 은행이 자율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뒷수습을 했다.

김 위원장이 당국의 정리된 입장을 밝힌 이후 가계대출과 관련한 첫 입장을 밝힌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면서도 "특정 소비자나 특정 섹션(분야)이 대출절벽을 느끼는 형태로 (은행권이) 대출을 일률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가 있어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시중은행이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해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가 혼란을 겪었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권과 협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원장이 자신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은행들은 이 원장의 과거 오락가락 행보에 맞춰 대출제한 조치를 번복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신한은행은 이날 예외요건을 신설해 1주택자의 기존주택 처분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하기로 했다. 또 신용대출도 본인결혼, 가족사망, 자녀출산, 의료비 지출 등을 '실수요자'로 보고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를 이들에 한해 150%(최대 1억원)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