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의 플로어플랜이 얼마나 예술적인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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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박준수의 아트페어 길라잡이
플로어플랜을 읽으면 아트페어가 더 잘 보인다
플로어플랜을 읽으면 아트페어가 더 잘 보인다
(사)한국화랑협회에서 두 번의 키아프와 두 번의 화랑미술제를 마쳤을 때, 다음 아트페어를 준비하며 내게 플로어플랜을 그리는 업무가 맡겨졌다. 지금은 열매컴퍼니 CSO로 있는 장은경 팀장이 당시 내게 해준 이야기가 있다.
“아트페어는 예산안과 플로어플랜만 꽉 쥐고 있으면 된다.”
장은경 CSO의 말처럼 예산안과 플로어플랜은 아트페어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도다. 아트페어에 걸린 작품보다 플로어플랜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직업병이 생긴 건 이때부터다. 그때부터 전 세계 아트페어를 돌아다니며 플로어플랜을 수집했다. 플로어플랜을 보며 한정된 공간에 몇 개 갤러리를 참여시켰는지, 부스 크기는 몇 단계로 나누었는지, 메인 동선에 어떤 갤러리들을 배치하였는지, 특별전과 라운지는 어떻게 구성했는지 살펴보고, 더 나은 플로어플랜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로부터 열두 번의 아트페어를 더 만들며 살았더니 지금은 플로어플랜만 보면 주최 측이 어떤 방향으로 아트페어를 설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부스비까지 알면 플로어플랜에서 아트페어의 손익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예산안은 조금 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으니,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고,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플로어플랜을 함께 그려보자.
1. 공간
그림을 그리려면 캔버스를 준비해야 한다. 아트페어도 공간이 있어야 열 수 있다. 아트페어는 대체로 컨벤션에서 열린다. 프리즈 런던은 리젠트 파크에 텐트를 치고, 소규모 아트페어들은 호텔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아트페어를 개최하기 가장 적합한 공간은 컨벤션이다. 서울 강남 코엑스가 가장 대표적인 컨벤션이고,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일산 킨텍스를 비롯하여 각 지역을 대표하는 컨벤션이 있다. 컨벤션마다 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공간을 대관하느냐에 따라 아트페어의 규모가 결정된다.
색다른 공간은 아트페어에 큰 재미와 변화를 주기도 한다. 2019년에 바젤에서 열렸던 Liste는 아트페어를 열던 컨벤션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가자, 바젤의 오래된 건물 3동을 빌려 아트페어를 열었다. 갤러리는 부스 대신 배정된 방에서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방의 크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여주는 지루한 화이트큐브 형태의 부스를 탈피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2021년 리노베이션이 끝나고 다시 돌아간 컨벤션에서는 많은 아트페어 기획자가 생각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색다른 형태인 원형 부스를 꾸몄다. 코로나19로 인해 참가 갤러리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컨벤션 전체 면적이 많이 남는 것을 기획력으로 멋지게 극복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바로 옆에서도 Liste는 신선한 기획력으로 많은 미술 관계자의 박수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갤러리 2,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갤러리조선의 세 기획자가 만든 솔로쇼(Solo Show)가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오래된 여인숙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기 전에 공간을 빌려 열었던 솔로쇼는 크게 성공적이었으며, 그 후로 이어진 도서관(현재 소전서림)이나 경리단길 초입에 있던 라운지 바에서 열렸던 솔로쇼는 평범하게 가벽을 세워 만드는 다른 아트페어와는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2. 갤러리 수
공간이 생겼다면 이제 면적당 적합한 갤러리 수를 정한다. 아트페어 주최자 입장에서는 많은 갤러리를 받을수록 이익이기 때문에 참가 갤러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공간에 부스를 많이 넣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소방법에 따른 비상구, 소화전 입구 확보
◆ 쾌적한 관람을 위한 동선과 복도 확보
◆ 관람객 편의를 위한 라운지 공간 확보
◆ 특별전이나 토크 프로그램을 위한 부대행사 공간 확보
◆ 후원사, 파트너사를 위한 공간 확보
이런 사항을 고려하여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나면 부스를 채울 수 있는 공급면적이 나온다. 이 면적에 맞춰 최대한 들어갈 수 있는 갤러리 수를 정한다. 올해 키아프와 작년 프리즈를 예로 들어보자. 총 면적당 참가갤러리 수를 정리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키아프 총면적은 2만2419㎡이고 참가갤러리는 206개이다. 프리즈 서울 총면적은 1만7629㎡이고 참가갤러리는 113개이다. 두 페어 면적 차이는 4790㎡이지만, 참가갤러리 수는 90개 차이가 난다. 모든 면적에 동일한 사이즈로 부스를 채운다고 했을 때 키아프는 약 108㎡, 프리즈는 약 150㎡의 공급면적을 제공하는 셈이다. 표에 있듯이 다른 고려할 기타 사항들이 많아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수치상으로는 이런 차이가 난다. 프리즈 서울 부스들이 조금 더 커 보이고, 시원스러워 보이는 것은 이런 영향도 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개최된 아트오앤오는 세텍의 재발견이라는 관계자들 평을 받을 정도로 쾌적한 전시 환경을 보여주었다. 총면적 7948㎡에 37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약 214㎡라는 넓은 공급면적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키아프가 평균적으로 갤러리들에게 부스를 작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아트 바젤이 열리는 Messe Basel의 총면적은 14만1000㎡이다. 언리미티드와 마이애미 디자인을 비롯한 다른 공간을 제하면, 갤러리 전시가 열리는 면적은 2만9000㎡이다. 아트 바젤 2024의 참가갤러리 수는 285개, 그렇다면 약 101㎡를 제공하니, 키아프보다 작게 제공하는 셈이다. 3. 부스 타입
최대 면적을 확인하고, 갤러리 수를 정했으면 그에 따라 부스 타입을 정한다. 공급면적 안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전용면적으로 나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작은 부스와 가장 큰 부스를 정하고, 사이에 선택권을 만들어 4개~5개 정도의 부스 타입을 정한다. 더 세분화해서 타입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3개의 부스 타입만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분양과 비슷하다. 부스 타입에 따라 부스비와 부스별 제공되는 기본 가벽, 조명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것을 정할 때는 예산안을 함께 보아야 한다.
아트페어 주최 측에 따라 선택할 문제지만, 적어도 부스에서 괜찮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부스 타입의 전용면적을 최소 25~30㎡는 확보해야 한다. 가장 큰 부스는 110~120㎡ 정도가 적합하며, 그보다 커질 경우 갤러리가 부담하는 부스비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이 부스를 선택하는 갤러리 수가 한정적이다.
큰 부스가 많을수록 아트페어의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아트 바젤과 프리즈를 비롯한 많은 아트페어가 큰 부스는 비용을 더 받고, 작은 부스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생 갤러리나 중소 갤러리가 가진 참가 부담을 줄여 아트페어 참가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납득하고, 높은 부스비를 부담하고 나올 수 있는 메이저 갤러리들을 확보하는 것이 아트페어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갤러리 수와 부스 타입은 참가 신청한 갤러리에 따라 조정되기 때문에 선정 순서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4. 섹터, 특별전
아트페어에 갤러리만 가득하다면 관람객 입장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최 측은 섹터를 만들어 특색 있는 갤러리들을 모아놓기도 하고, 특별전을 만들어 갤러리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섹터와 특별전을 플로어 플랜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아트페어가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프리즈는 마스터스를 통해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아우르는 마스터피스를 선보이고, 포커스 아시아를 통해 2012년 이후 설립된 아시아 기반의 갤러리와 유망한 신진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키아프는 플러스를 통해 설립 10년 이내의 신진 갤러리들을 소개하며 한국 미술 시장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
2017년 키아프에서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 특별전과 미디어 특별전은 당시 페인팅 위주일 수밖에 없던 갤러리들이 아트페어에서 보여줄 수 없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장르를 다루었다. 이런 형태의 작품도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난해 2023년 프리즈와 키아프에서 갤러리현대, 갤러리신라 등이 성능경 작가의 퍼포먼스와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페어에서 특별전은 남는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관람객의 기분을 환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트페어가 갖고 있는 방향성과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요한 위치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5. VIP 라운지, 토크 라운지, F&B 라운지
관람객이 쉴 수 있는 공간들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트페어는 굉장히 넓기 때문에 곳곳에 휴게공간을 두어야 한다. 이런 휴식을 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들이 너무 떨어져 있으면 관람객들은 아트페어에서 피로를 느끼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아트페어에 관람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갤러리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적정하게 공간들을 배치하고 확보해야 한다. 플로어플랜은 이런 기본적인 것 외에도 수많은 사항을 고려하여 그려진다. Liste의 원형 부스처럼 기획이 확연히 드러나게 보이기도 하고, 너무 디테일한 부분이라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아래에 보이는 Kiaf A홀의 플로어플랜을 보자. 2022년과 2024년에 만들어진 플로어플랜이다. 올해 키아프 플로어플랜을 보면 작은 부스들을 좋은 위치에 배치하였다. 메이저 갤러리와 큰 부스를 메인 동선에 배치하여, 다소 소외될 수밖에 없던 이전 연도 플로어플랜과 다르게 작은 부스들이 외벽을 쓸 수 있고, 메인 동선상에 적절히 섞어 배치하여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갤러리들이 조금이나마 더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배려한 것이 보인다.
이런 것들을 플로어플랜을 보고 읽어낼 수 있으면 넓디넓은 아트페어 안에서 갤러리가 더욱 잘 보이고, 처음 방문한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새로운 작품을 찾아다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
“아트페어는 예산안과 플로어플랜만 꽉 쥐고 있으면 된다.”
장은경 CSO의 말처럼 예산안과 플로어플랜은 아트페어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도다. 아트페어에 걸린 작품보다 플로어플랜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직업병이 생긴 건 이때부터다. 그때부터 전 세계 아트페어를 돌아다니며 플로어플랜을 수집했다. 플로어플랜을 보며 한정된 공간에 몇 개 갤러리를 참여시켰는지, 부스 크기는 몇 단계로 나누었는지, 메인 동선에 어떤 갤러리들을 배치하였는지, 특별전과 라운지는 어떻게 구성했는지 살펴보고, 더 나은 플로어플랜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로부터 열두 번의 아트페어를 더 만들며 살았더니 지금은 플로어플랜만 보면 주최 측이 어떤 방향으로 아트페어를 설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부스비까지 알면 플로어플랜에서 아트페어의 손익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예산안은 조금 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으니,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고,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플로어플랜을 함께 그려보자.
1. 공간
그림을 그리려면 캔버스를 준비해야 한다. 아트페어도 공간이 있어야 열 수 있다. 아트페어는 대체로 컨벤션에서 열린다. 프리즈 런던은 리젠트 파크에 텐트를 치고, 소규모 아트페어들은 호텔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아트페어를 개최하기 가장 적합한 공간은 컨벤션이다. 서울 강남 코엑스가 가장 대표적인 컨벤션이고,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 일산 킨텍스를 비롯하여 각 지역을 대표하는 컨벤션이 있다. 컨벤션마다 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공간을 대관하느냐에 따라 아트페어의 규모가 결정된다.
색다른 공간은 아트페어에 큰 재미와 변화를 주기도 한다. 2019년에 바젤에서 열렸던 Liste는 아트페어를 열던 컨벤션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가자, 바젤의 오래된 건물 3동을 빌려 아트페어를 열었다. 갤러리는 부스 대신 배정된 방에서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방의 크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기존 아트페어에서 보여주는 지루한 화이트큐브 형태의 부스를 탈피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2021년 리노베이션이 끝나고 다시 돌아간 컨벤션에서는 많은 아트페어 기획자가 생각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색다른 형태인 원형 부스를 꾸몄다. 코로나19로 인해 참가 갤러리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컨벤션 전체 면적이 많이 남는 것을 기획력으로 멋지게 극복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바로 옆에서도 Liste는 신선한 기획력으로 많은 미술 관계자의 박수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갤러리 2,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갤러리조선의 세 기획자가 만든 솔로쇼(Solo Show)가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 오래된 여인숙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기 전에 공간을 빌려 열었던 솔로쇼는 크게 성공적이었으며, 그 후로 이어진 도서관(현재 소전서림)이나 경리단길 초입에 있던 라운지 바에서 열렸던 솔로쇼는 평범하게 가벽을 세워 만드는 다른 아트페어와는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2. 갤러리 수
공간이 생겼다면 이제 면적당 적합한 갤러리 수를 정한다. 아트페어 주최자 입장에서는 많은 갤러리를 받을수록 이익이기 때문에 참가 갤러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공간에 부스를 많이 넣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소방법에 따른 비상구, 소화전 입구 확보
◆ 쾌적한 관람을 위한 동선과 복도 확보
◆ 관람객 편의를 위한 라운지 공간 확보
◆ 특별전이나 토크 프로그램을 위한 부대행사 공간 확보
◆ 후원사, 파트너사를 위한 공간 확보
이런 사항을 고려하여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나면 부스를 채울 수 있는 공급면적이 나온다. 이 면적에 맞춰 최대한 들어갈 수 있는 갤러리 수를 정한다. 올해 키아프와 작년 프리즈를 예로 들어보자. 총 면적당 참가갤러리 수를 정리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키아프 총면적은 2만2419㎡이고 참가갤러리는 206개이다. 프리즈 서울 총면적은 1만7629㎡이고 참가갤러리는 113개이다. 두 페어 면적 차이는 4790㎡이지만, 참가갤러리 수는 90개 차이가 난다. 모든 면적에 동일한 사이즈로 부스를 채운다고 했을 때 키아프는 약 108㎡, 프리즈는 약 150㎡의 공급면적을 제공하는 셈이다. 표에 있듯이 다른 고려할 기타 사항들이 많아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수치상으로는 이런 차이가 난다. 프리즈 서울 부스들이 조금 더 커 보이고, 시원스러워 보이는 것은 이런 영향도 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개최된 아트오앤오는 세텍의 재발견이라는 관계자들 평을 받을 정도로 쾌적한 전시 환경을 보여주었다. 총면적 7948㎡에 37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약 214㎡라는 넓은 공급면적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키아프가 평균적으로 갤러리들에게 부스를 작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아트 바젤이 열리는 Messe Basel의 총면적은 14만1000㎡이다. 언리미티드와 마이애미 디자인을 비롯한 다른 공간을 제하면, 갤러리 전시가 열리는 면적은 2만9000㎡이다. 아트 바젤 2024의 참가갤러리 수는 285개, 그렇다면 약 101㎡를 제공하니, 키아프보다 작게 제공하는 셈이다. 3. 부스 타입
최대 면적을 확인하고, 갤러리 수를 정했으면 그에 따라 부스 타입을 정한다. 공급면적 안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전용면적으로 나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작은 부스와 가장 큰 부스를 정하고, 사이에 선택권을 만들어 4개~5개 정도의 부스 타입을 정한다. 더 세분화해서 타입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3개의 부스 타입만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분양과 비슷하다. 부스 타입에 따라 부스비와 부스별 제공되는 기본 가벽, 조명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것을 정할 때는 예산안을 함께 보아야 한다.
아트페어 주최 측에 따라 선택할 문제지만, 적어도 부스에서 괜찮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부스 타입의 전용면적을 최소 25~30㎡는 확보해야 한다. 가장 큰 부스는 110~120㎡ 정도가 적합하며, 그보다 커질 경우 갤러리가 부담하는 부스비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이 부스를 선택하는 갤러리 수가 한정적이다.
큰 부스가 많을수록 아트페어의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아트 바젤과 프리즈를 비롯한 많은 아트페어가 큰 부스는 비용을 더 받고, 작은 부스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신생 갤러리나 중소 갤러리가 가진 참가 부담을 줄여 아트페어 참가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납득하고, 높은 부스비를 부담하고 나올 수 있는 메이저 갤러리들을 확보하는 것이 아트페어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갤러리 수와 부스 타입은 참가 신청한 갤러리에 따라 조정되기 때문에 선정 순서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동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4. 섹터, 특별전
아트페어에 갤러리만 가득하다면 관람객 입장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최 측은 섹터를 만들어 특색 있는 갤러리들을 모아놓기도 하고, 특별전을 만들어 갤러리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섹터와 특별전을 플로어 플랜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아트페어가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프리즈는 마스터스를 통해 고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아우르는 마스터피스를 선보이고, 포커스 아시아를 통해 2012년 이후 설립된 아시아 기반의 갤러리와 유망한 신진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키아프는 플러스를 통해 설립 10년 이내의 신진 갤러리들을 소개하며 한국 미술 시장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
2017년 키아프에서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 특별전과 미디어 특별전은 당시 페인팅 위주일 수밖에 없던 갤러리들이 아트페어에서 보여줄 수 없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장르를 다루었다. 이런 형태의 작품도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난해 2023년 프리즈와 키아프에서 갤러리현대, 갤러리신라 등이 성능경 작가의 퍼포먼스와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페어에서 특별전은 남는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관람객의 기분을 환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트페어가 갖고 있는 방향성과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요한 위치에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5. VIP 라운지, 토크 라운지, F&B 라운지
관람객이 쉴 수 있는 공간들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트페어는 굉장히 넓기 때문에 곳곳에 휴게공간을 두어야 한다. 이런 휴식을 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들이 너무 떨어져 있으면 관람객들은 아트페어에서 피로를 느끼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아트페어에 관람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갤러리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적정하게 공간들을 배치하고 확보해야 한다. 플로어플랜은 이런 기본적인 것 외에도 수많은 사항을 고려하여 그려진다. Liste의 원형 부스처럼 기획이 확연히 드러나게 보이기도 하고, 너무 디테일한 부분이라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아래에 보이는 Kiaf A홀의 플로어플랜을 보자. 2022년과 2024년에 만들어진 플로어플랜이다. 올해 키아프 플로어플랜을 보면 작은 부스들을 좋은 위치에 배치하였다. 메이저 갤러리와 큰 부스를 메인 동선에 배치하여, 다소 소외될 수밖에 없던 이전 연도 플로어플랜과 다르게 작은 부스들이 외벽을 쓸 수 있고, 메인 동선상에 적절히 섞어 배치하여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갤러리들이 조금이나마 더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배려한 것이 보인다.
이런 것들을 플로어플랜을 보고 읽어낼 수 있으면 넓디넓은 아트페어 안에서 갤러리가 더욱 잘 보이고, 처음 방문한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새로운 작품을 찾아다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