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가 운영하는 항저우 DLJ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소포를 옮기고 있다.  알리바바 제공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가 운영하는 항저우 DLJ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소포를 옮기고 있다. 알리바바 제공
세계적인 K뷰티·K푸드 열풍으로 한국 역직구(해외직접판매) 시장을 둘러싸고 해외 플랫폼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올해 들어 K뷰티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자 중국 알리바바도 연간 10조원 이상의 K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해외 판로가 넓어진 국내 중소 셀러에게는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론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져 국내 유통·제조산업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리 “韓 상품 해외에 팔겠다”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중국이…" 경고 쏟아졌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패션, 뷰티, 푸드 등 모든 분야에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180여 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 네트워크를 동원해 한국 전용 상품관 ‘K베뉴’ 제품을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오는 25일 한국 셀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역직구 사업 시기와 혜택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K역직구 시장 진출은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추진해온 ‘K셀러 유치전’과 맞닿아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라자다(동남아시아), 티몰·타오바오(중국) 등 계열사를 통해 한국 상품을 일부 지역에 판매 중이다. 이들 플랫폼이 최근 4년간 한국 제품 판매로 거둔 매출은 34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에 직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 셀러까지 활용하면 글로벌 매출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알리바바는 판단한다.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핀둬둬에 쫓기고 있다. 중국 e커머스 기업 핀둬둬는 초저가 상품 플랫폼 테무를 앞세워 미국 등에서 질주 중이다. 알리바바가 K셀러 유치에 적극 나서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반등을 모색하는 배경이다.

아마존·쇼피도 K역직구 강화

K역직구 시장을 넘보는 건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다. 아마존도 올 들어 한국 셀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6월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를 처음 개최해 셀러를 유치한 데 이어 7월엔 최대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 데이’의 주인공으로 ‘K뷰티’를 내세웠다. 동남아 최대 e커머스 쇼피 역시 물류 비용 절감, 1 대 1 컨설팅 등 K셀러를 위한 각종 유인책을 내놨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의 공세가 이어지자 업계에선 국내 유통·제조시장 주도권이 자칫 해외 플랫폼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마존이 장악한 일본 등과 달리 한국 온·오프라인 유통업은 국내 기업이 선방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 들어 C커머스 공세가 거세지면서 해외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07만 명으로 쿠팡(3183만 명)에 이어 국내 2위다. 한 제조 업체 대표는 “직구에 이어 역직구 시장에서도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 ‘재주는 한국 기업이 부리고 돈은 해외 플랫폼이 버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항저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