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목표전환형 펀드 '4모작'하는 금융사들
공모펀드는 자산운용사의 아픈 손가락이 된 지 오래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2008년 130조원 수준이던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 규모는 이제 40조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공모펀드가 있다. 목표전환형 펀드다. 5~7%가량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달성하면 자동으로 ‘익절’한다. 주식에 투자해 5% 오르면 모두 팔고, 단기채권처럼 현금과 비슷한 상품으로 채우는 식이다.

올 들어 출시된 목표전환형 펀드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4518억원)와 비교해도 세 배가량 많은 자금이 몰렸다.

뜨거운 투자 열기의 근간에는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의 판촉 경쟁이 있다.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판매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섰다. 설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이 투자자에 대한 보상을 권고하자 더 이상 ELS를 팔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목표전환형 펀드다. 목표전환형 펀드는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펀드의 생명이 끝난다. 새로운 상품을 팔 때마다 수수료를 떼어가는 판매사에는 최고의 상품이다. 펀드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계속 새 상품을 권할 수 있다. 일선 지점에서는 목표전환형 펀드 ‘4모작’을 목표로 영업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한 명에게 1년에 네 번 이상 펀드에 가입시키면 대략 투자금의 4%가 판매사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목표전환형 펀드의 목표수익률을 더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목표가 낮아야 금방 달성할 수 있고, 그래야 다른 상품을 또 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선량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선관주의 의무를 내팽개쳐버린 금융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판매사들은 “목표전환형 상품은 자산시장이 어려울 때 적합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라고 홍보한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일반 펀드와 비교해 떨어질 때는 똑같이 떨어지지만, 오를 때는 목표치까지만 수익을 내는 고위험 상품이다.

금감원이 ELS 판매에 대한 보상을 권한 데는 금융사가 투자자 보호에 더 힘써야 한다는 경고가 깔려 있다. ELS에서 목표전환형 펀드로, 판매 대상만 바뀐 채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