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되며 ‘국평 60억원 시대’를 열었다. 3.3㎡당 1억8000만원(공급면적 기준)에 이른다.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이 맞물려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천장 없이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고가 단지는 정부 대출 규제 등의 영향이 덜한 시장으로 자리 잡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55억 찍더니 한 달 만에 '깜짝'…반포 아파트에 무슨 일이

“반포, 대체 불가능 최고의 입지”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9층)는 지난달 2일 6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7월 기록한 같은 면적 직전 최고가(55억원)를 5억원 웃도는 금액이다.

반포동에선 한강 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신고가 거래가 잇달았다. 6월 같은 지역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50억원에 거래돼 ‘국민평형 50억원 시대’를 열었다. 래미안 원베일리가 바통을 이어 역대 최고가 기록을 매달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35층, 23개 동, 2990가구로 이뤄져 있다. 신반포 3차·23차, 반포 경남아파트, 반포 우정에쉐르와 경남상가를 통합 재건축한 단지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집 안에서 한강을 드넓게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한강뷰’ 물건으로 추정된다”며 “한강을 내다볼 수 있는 물건은 워낙 희소성이 높아 매물이 나올 때마다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동 일대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터져 나오면서 서초구 부동산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초구의 올해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6.02%에 달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성동구(7.6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3.15%)의 두 배 가까이 높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소득 수준 향상으로 자산가들이 기대하는 주거 눈높이도 높아졌다”며 “압구정동은 아직 재건축이 본격화하지 않은 만큼 반포동 일대 새 아파트가 당분간 대체 불가능한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3.3㎡당 2억원 시대 오나

부동산업계에선 ‘3.3㎡당 2억원 시대’도 조만간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서울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강남권에서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반포동이 현금 동원력이 높은 자산가의 선호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반포동은 강남 핵심 지역 중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지 않아 투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강남·서초구 분양 단지에 청약자가 수만 명이 몰리는 등 여전히 강남에 입성하려는 대기 수요가 많은 것이 확인됐다”며 “반포동은 강남구 압구정동 및 대치동 등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아 다른 지역보다 집값 상승이 더 가파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강남권 주요 단지의 신고가 행진을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반포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할지도 관심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반포 등지에서 신고가가 발생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하겠다”며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주거시장에서 학군과 편의시설이 좋은 강남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등 소득 상위 0.1%가 거주하는 고가 주택은 대출 없이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 정부의 규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정책적으로 초고가 주택은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다른 주거 형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가 아파트 거래 사례를 보고 서울 전체 아파트를 규제한다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현/심은지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