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美中 '바이오 안보' 전쟁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인간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에선 태아 단계부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신체적·지능적으로 우월한 인간이 생산되고, 자연적 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열성’으로 차별받는다. 청소부 빈센트는 자연적으로 태어났지만,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체 정보를 위조한다.

미국 국가정보보안센터(NCSC)는 이처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생체 정보의 광범위한 수집과 활용이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2021년 폭로했다. 중국 유전자 분석 업체 BGI(베이징 게놈 연구소)가 각국 800만 산모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해 인민해방군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니프티(NIFTY)’라는 브랜드로 유전질환 유무를 포함해 산모와 태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2013년 출시해 세계 52개국에 제공하고 있다. 니프티 검사를 하면서 취득한 산모와 태아의 DNA 정보가 중국 본토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고, 중국 정부가 여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상원은 백서를 통해 “바이오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면 자연 발생 병원체보다 훨씬 해로운 바이러스를 만들고, 특정 집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초당파적으로 발의한 배경이다.

미국 하원이 그제 생물보안법을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통과시켰다. ‘우려 기업’으로 지목한 중국 바이오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BGI,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 중국 5개 업체가 포함됐다. 최종 통과까지 상원 승인과 대통령 서명만 남았다.

중국 기업들이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르면서 이들과 경쟁하는 한국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벌써부터 커진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단순한 경제적 논리를 넘어 바이오 시대의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선제 대응의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만은 아니다. 니프티는 국내에서도 널리 이용되는 산전 태아 검사법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