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행 유산세 방식인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법안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산세 방식은 1950년 상속세법 도입 이후 74년째 유지되고 있는 한국 상속세제의 골간이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해 상속세를 산정한 뒤 상속인(유족)별로 나눠 납부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각 받은 유산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해 과세한다. 현행 상속세가 과표 구간에 따라 10~50%까지 5단계 누진세 방식이기 때문에 과세표준 덩치가 큰 유산세가 유산취득세에 비해 당연히 부담이 더 크다.

유산취득세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유산세보다 합리적이다. 첫째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응능(應能)부담의 원칙에 부합한다. 둘째 과세체계 합리화다. 상속세와 유사한 세금인 증여세는 이미 유산취득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셋째 국제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가 있는 나라 23개국에서 유산세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한국의 상속세가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데는 높은 세율과 더불어 유산세 방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로 일본의 55%보다 낮지만, 일본보다 실효세율이 더 높은 건 유산세를 택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은 우리와 같이 유산세 방식이지만 상속세 면세 한도가 부모 합산으로는 2340만달러(약 314억원)로 보통 사람에게는 상속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산취득세는 출산 장려 정책과도 취지가 맞닿아 있다. 피상속인의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상향하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내는 등 과거에 비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이념이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다. ‘부자 감세’라는 편협한 논리에서 벗어나 과세 공평성과 합리성, 국제 흐름, 출산 장려 등 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도 과표산정 방법과 상속인별 공제액을 꼼꼼히 검토해 합리적 개편안을 내야 함은 물론이다. 여야 협력으로 70년 이상 묵은 낡은 상속세제를 손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