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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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테슬라 등 개별 종목에서 '초단기 옵션 거래'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로 데이 옵션(0dte)'이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거래 방식은 그동안 주로 S&P 500 등 지수와 연계돼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개별 주식에서도 0dte 방식의 베팅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지금까지 S&P 500이나 나스닥 100 같은 지수와 연계된 옵션에 국한돼 왔던 0dte 열풍이 테슬라나 엔비디아 같은 개별 주식에 연계된 옵션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개별 주식에 연계된 옵션은 매주 금요일에 만료되는 주간 만기 옵션이다.

특정 주식에 대해 당일 만료되는 옵션을 만들려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새로운 만기일을 추가해야 한다고 WSJ는 전했다. 통상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에 붙는 프리미엄 가격은 올라간다. 상품의 현물 가격과 거래 행사 가격 간 차이가 클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하지만 0dte는 '당일 옵션'이라는 점에서 만기 기한이 가까워 옵션 구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단시간에 적은 투자금으로 고수익을 노리려는 투기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한 아마추어 투자자는 WSJ에 "과거 게임스톱이나 넷플릭스, 페이팔 등에 대해 주간 만기 옵션 투자로 막대한 차익을 거둔 바 있다"며 "주간보다 더 짧은 당일 초단기 옵션이 더 많이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 임원들은 "개별 주식 옵션에서 0dte를 도입하면 엄청난 거래 열풍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동안 중개업체, 거래소를 비롯해 찰스슈왑, 시타델 시큐리티 등 전자 거래 회사들은 개별 주식 옵션에 0dte 모델을 도입하는 장단점을 논의해왔다. 나스닥 등은 개별 주식 옵션에서 0dte를 도입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거래소는 0dte 성장세로 인해 거래량 증가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리테일 중개업체들은 투자자들의 옵션 거래가 실패할 경우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 오후 4시 이후에 실적을 발표하는 날 만기되는 옵션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다. 0dte가 개별 주식에도 적용되면 실적발표 등 대규모 시간외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날에 더 많은 옵션이 만기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금요일에 실적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개별 주식에 대한 0dte는 빠르면 2025년 말 마련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0dte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소수의 주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출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WSJ는 "0dte 열풍은 미국 최대 옵션 거래소 운영자인 시카고 옵션거래소 글로벌 마켓이 S&P 500 옵션 만기일을 주 5일로 확장한 2022년 시작됐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0dte 옵션은 만기일인 오후 4시(동부 표준시)에 '행사가' 안에 있으면 자동으로 행사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엔비디아 주식을 주당 124달러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주가가 그 가격보다 높으면, 옵션은 주당 124달러에 엔비디아 주식을 사는 것으로 자동으로 행사된다. 이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엔비디아 100주가 추가되고 계좌에서는 1만2400달러가 인출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옵션 거래의 좋은 단면이다. 하지만 만약 지난달 28일처럼 엔비디아가 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이라면 투자자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그날 엔비디아는 주당 125.61달러로 장을 마감했지만, 실적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하락해 다음날 아침 121.36달러에 다시 거래를 시작했다. 이런 경우 주당 124달러 옵션 행사는 투자자에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WSJ는 "숙련된 투자자들은 브로커에게 '행사하지 마라'는 지시를 보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브로커마다 이러한 지시를 보내는 방법과 시간을 다르게 설정해 놓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전했다. 일부 브로커는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오후 4시까지 지시를 받아야 하므로, 고객이 실적발표를 확인하기도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