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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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 기대가 높아지자 증권사와 유관기관들이 관련 사업 준비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가에 새 시장이 열리는 만큼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가 높은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증권사·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등 총 24곳과 STO 플랫폼 구축 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STO 시장 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STO는 부동산·미술품·한우 등 기존에 투자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던 실물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앞서 예탁원은 지난 2~6월 STO 기능 분석 컨설팅을 진행해 총량(발행·유통 수량) 관리 업무 정의와 프로세스·연계 기능을 설계했다. 오는 11~12월 두 달간 시스템 연계(총량 관리 노드 참가)와 발행·계좌 대체·총량 관리 기능을 검증한다. 내년 2월부터는 검증 결과를 보완하고 총량 관리 전체 기능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STO 법제화에 대비하기 위해 '테스트베드(시험대)'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코스콤도 지난해부터 증권사들과 관련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최근 공동플랫폼 개발을 끝마친 상태다. 현재 키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협약을 맺었는데 STO 법제화가 이뤄지면 개발된 플랫폼을 활용해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증권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법제화 이후 거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로써는 새 먹거리인 STO 초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토큰증권(ST) 실무협의체 '워킹그룹'을 발족했고, 하나증권과 함께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해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STO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결성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ST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체 STO 플랫폼을 개발한 상태다.

증권사뿐 아니라 유관기관들이 올해 STO 플랫폼 사업 준비에 적극 나서는 것은 법제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로 폐기된 ST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4일에는 김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큰증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탁원에서는 증권사들이 개발한 STO 플랫폼들을 모두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실질적으로 STO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며 "플랫폼 개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법제화가 이뤄질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다들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일본·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미 ST 발행·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ST 법제화로 금융사 중심의 자율 규제와 사업 모델이 구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2017년 증권거래위원회가 STO 제도권 편입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 싱가포르 역시 같은 해 STO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2020년에는 STO 플랫폼을 정식 인가했다.

국내에서도 답보 상태였던 법제화가 이뤄지면 STO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STO 시장이 열리면 규모가 △2026년 119조원 △2028년 233조원 △2030년 367조원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 등 기존 투자상품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가 크고, 새로운 상품을 내놔도 고객 유인이 쉽지 않다"며 "STO 시장에는 모두가 처음 진입하는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도 차별화한 상품 구성 등을 통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고 있"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