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제약과 에스트리온이 9일 양 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완쪽부터 임우성 코오롱제약 전무 김선진 코오롱제약 사장 정인덕 에스트리온 대표 박재용 에스트리온 대표
코오롱제약과 에스트리온이 9일 양 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완쪽부터 임우성 코오롱제약 전무 김선진 코오롱제약 사장 정인덕 에스트리온 대표 박재용 에스트리온 대표
코오롱제약은 저분자 신약개발 연구기업 에스트리온과 삼중음성유방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AON-MB23' 신약화 사업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고 9일 밝혔다. 두 회사는 올해 3월 교모세포종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해서도 손을 잡았다.

코오롱제약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해외 메이저 제약사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임상·사업개발을 주관하고 전임상시험을 공동 수행할 계획이다. 에스트리온은 저분자 합성의약품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료 생산부터 GLP 독성시험 등 비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사업개발에도 참여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이다. 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재발 위험이 높은 데다 공격적인 유형으로 알려졌다. 세가지 성장인자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일반 항암제 치료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전체 유방암의 15~20%를 차지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유방암보다 50대 미만 젊은 환자가 많다. 뇌나 폐로 전이되는 사례도 많아 5년 생존율이 12%에 불과하다

미식품의약국(FDA)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를 위해 PARP 억제제, PD-L1 항체 면역관문 억제제, TROP2 표적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을 승인했다.

PD-L1 항체 면역관문 억제제와 화학항암제 이중 치료법은 PD-L1 양성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진행 생존 및 전체 생존율을 높였지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올해 5월 한국에서도 허가 받은 트로델비가 신규 항암제로 진입했지만 두 번 이상의 전신 치료,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 사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1년에 2억원 가까운 치료비가 든다.

이번에 개발에 뛰어든 물질은 교모세포종 치료제처럼 AON1-EGFR 복합체를 분해하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의 주변 조직 침윤과 성장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

자체 연구에선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에서도 ANO1과 EGFR이 복합체를 형성해 AON-MB23으로 분해된다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진 코오롱제약 사장(신약연구개발부문 최고기술책임자)은 "이번 협력으로 코오롱제약의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주에 대한 억제 활성과 기존 약물과의 병용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AON-MB23 개발 성공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ANO1(Anoctamin 1)은 생체 내 이온 통로 중 하나다. 정상 세포에선 체내 이온 조절 역할을 하지만 유방암, 폐암, 두경부암, 뇌종양 등 다양한 암세포에서 과발현해 EGFR과의 결합을 통한 암 침윤과 성장을 높여 암을 악화시킨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는 상피세포의 세포막에서 EGF가 결합하여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촉진하는 EGF의 수용체이다. 광범위한 암종에서 돌연변이 형태로 많이 발현해 암의 전이와 성장에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삼중음성유방에선 예후가 나쁠수록 이 수용체 발현이 증가하고 활성화돼있다.

ANO1과 EGFR의 상관관계 연구는 박재용 에스트리온 대표가 참여한 논문 등을 통해 보고됐다.

에스트리온은 AON-MB23을 활용한 물질 합성 공정 개발을 마쳤다. 연구용 시료를 생산해 올해 하반기 전임상 독성실험(GLP tox study)을 진행할 계획이다. 효능 평가를 위해 하와이 주립대 암센터와 협업하고 있다.

코오롱제약과의 공동연구 결과는 2027년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시기에 FDA에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게 목표다.

신약 IND 비임상·임상 단계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이전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 비용, 시간, 성공가능성을 토대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인덕 에스트리온 대표는 "교모세포종 공동개발계약에 이은 이번 계약을 통해 두 회사가 협업을 통해 후보물질 효능 효과를 판별하고 임상 소요 기간 단축, 성공 확률 재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