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이 선사한 ‘클래식 종합 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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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9일 클래식 레볼루션 2024 -
한경arte필의 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공연
괴테 <파우스트> 속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음표로 그려낸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호흡 맞춰온 덕에
집중력 있는 연주 보여줘
한경arte필의 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공연
괴테 <파우스트> 속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음표로 그려낸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호흡 맞춰온 덕에
집중력 있는 연주 보여줘
단연 축제에 가장 어울리는 곡이었다. 그간 현대음악을 발굴하는데 집중해온 지휘자 최수열이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2024’에서는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선곡했다. 괴테가 일생을 바쳐 죽기 직전에야 완성한 ‘파우스트’는 그의 문학 여정과 사상이 집결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리스트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이 희곡을 곡에 전부 담아내기보다, 각 악장에 등장인물인 파우스트, 그레트헨, 메피스토펠레스의 특성과 내면의 심리를 음표로 표현해냈다. 그래서 혹자는 이 곡을 교향곡이 아닌 3개의 교향시를 묶어놓은 연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통해 시간과 공간, 꿈과 현실을 초월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경험한다. 이 여정 속에 각 등장인물이 겪는 비극과 깨달음을 표현해야 하니, 풍부한 주제와 변주가 끊임없이 휘몰아친다.
최수열이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1시간여 진행되는 연주 안에 오르간, 테너 솔리스트, 합창단”까지 등장한다. 그러니 이 곡은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종합 예술 세트’나 다름없다. 축제를 즐기러 온 관객에게는 이만한 선곡이 있을 수 없다. 파우스트 심포니는 리스트의 걸작 관현악곡으로 칭송받기도 하지만, 실험적이고 난해한 구성 때문에 잘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의 가장 최근 연주는 2015년 임헌정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다. 그만큼 청중에게도, 연주자에게도 낯설고 어려운 곡이지만, 잘 연주된 공연은 시절이 흘러도 손에 꼽히는 명반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파우스트의 복잡한 심경은 연주가 시작함과 동시에 다양한 주제가 되어 몰아친다. 오케스트라는 각 악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잘 묘사되게끔 힘을 합쳐야 하지만, 핵심적인 주제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때로는 과감한 솔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파우스트의 요동치는 심리를 표현한 1악장에는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5개의 주제가 등장해 변형되고 발전하며 서로 뒤엉킨다. 연주가 시작되자 비올라와 첼로가 12개의 음표를 모두 사용해 조심스럽게 파우스트의 고뇌를 그려냈다. 곧이어 선율을 이어받은 관악 파트에서는 아직 예열이 덜 된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객석을 파우스트의 세계로 이끌었다.
특히 비올라와 바순이 중저음의 멜로디를 안정감 있게 연주하며 집중도를 높였다. 후반부에 이르자 오케스트라는 한껏 달아올랐고, 초반에는 강렬하게만 느껴졌던 팀파니의 울림이 오케스트라의 열기에 녹아들어 절정을 알렸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아련한 음색으로 2악장이 열리며 파우스트가 한눈에 사랑에 빠진 그레트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예열을 끝낸 목관 파트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이어진 오보에와 비올라의 듀엣 연주는 부분은 공연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웠다. 방금 전까지 한껏 목청을 높여 웅장해진 오케스트라는, 마법처럼 실내악을 연주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되어 비련 여주인공 그레트헨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상징하는 3악장에서는 1악장의 주제가 창조적으로 변형되며 거대한 회오리처럼 몰아친다. 집중력을 발휘해 한껏 달아오른 오케스트라에 최수열의 지휘봉은 예리한 칼날로 변했다. 잘 단련된 칼날은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며 템포를 한껏 끌어올렸다. 연주 초반의 조심스럽고 아슬아슬한 연주는 온데간데없이 각 파트 간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대단원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르간이 웅장한 저음을 울리자 ‘신비의 합창’이 울려 퍼졌고, 공연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마치 한경arte필하모닉과 최수열이 수개월 전부터 시작한 현대음악의 축제가 절정에 이른 모습 같기도 했다. 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은 앞서 번스타인, 거슈윈, 윌리엄스, 코른골트 등 쉽게 들을 수 없는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호흡을 맞추며 섬세한 표현력을 가다듬어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 파트에서 집중력 있는 연주를 보여줬는데, 마치 잘 구성된 솔리스트와 듀엣 연주로 이뤄진 공연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낳고 비극을 일으켰다. 종국에는 유토피아의 환영을 보고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게 된다. 하지만 방황 속에서도 고뇌하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그의 영혼은 끝끝내 구원을 받는다. 한편, 리스트는 피아노의 가능성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칭송받기도 했으며, 음악 외적인 이야기나 묘사를 담고 있는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리스트의 부단한 노력은 음악의 지평과 음악가의 미래를 드넓혔다.
최수열은 스스로 ‘프로그래밍에 미쳐있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현대음악을 대중에 선보이려 노력해 왔다. 그의 손끝에서 때로는 화합의 음표가 되었다가 때로는 우아한 솔리스트가 되었던 한경arte필하모닉은 오늘의 파우스트자 리스트였다. 지난 수개월 동안 그들이 보여준 노력과 앞으로의 여정이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길 바라본다. 조원진 칼럼니스트
리스트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이 희곡을 곡에 전부 담아내기보다, 각 악장에 등장인물인 파우스트, 그레트헨, 메피스토펠레스의 특성과 내면의 심리를 음표로 표현해냈다. 그래서 혹자는 이 곡을 교향곡이 아닌 3개의 교향시를 묶어놓은 연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통해 시간과 공간, 꿈과 현실을 초월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경험한다. 이 여정 속에 각 등장인물이 겪는 비극과 깨달음을 표현해야 하니, 풍부한 주제와 변주가 끊임없이 휘몰아친다.
최수열이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로 “1시간여 진행되는 연주 안에 오르간, 테너 솔리스트, 합창단”까지 등장한다. 그러니 이 곡은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종합 예술 세트’나 다름없다. 축제를 즐기러 온 관객에게는 이만한 선곡이 있을 수 없다. 파우스트 심포니는 리스트의 걸작 관현악곡으로 칭송받기도 하지만, 실험적이고 난해한 구성 때문에 잘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의 가장 최근 연주는 2015년 임헌정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다. 그만큼 청중에게도, 연주자에게도 낯설고 어려운 곡이지만, 잘 연주된 공연은 시절이 흘러도 손에 꼽히는 명반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파우스트의 복잡한 심경은 연주가 시작함과 동시에 다양한 주제가 되어 몰아친다. 오케스트라는 각 악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잘 묘사되게끔 힘을 합쳐야 하지만, 핵심적인 주제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때로는 과감한 솔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파우스트의 요동치는 심리를 표현한 1악장에는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5개의 주제가 등장해 변형되고 발전하며 서로 뒤엉킨다. 연주가 시작되자 비올라와 첼로가 12개의 음표를 모두 사용해 조심스럽게 파우스트의 고뇌를 그려냈다. 곧이어 선율을 이어받은 관악 파트에서는 아직 예열이 덜 된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객석을 파우스트의 세계로 이끌었다.
특히 비올라와 바순이 중저음의 멜로디를 안정감 있게 연주하며 집중도를 높였다. 후반부에 이르자 오케스트라는 한껏 달아올랐고, 초반에는 강렬하게만 느껴졌던 팀파니의 울림이 오케스트라의 열기에 녹아들어 절정을 알렸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아련한 음색으로 2악장이 열리며 파우스트가 한눈에 사랑에 빠진 그레트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예열을 끝낸 목관 파트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이어진 오보에와 비올라의 듀엣 연주는 부분은 공연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웠다. 방금 전까지 한껏 목청을 높여 웅장해진 오케스트라는, 마법처럼 실내악을 연주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되어 비련 여주인공 그레트헨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상징하는 3악장에서는 1악장의 주제가 창조적으로 변형되며 거대한 회오리처럼 몰아친다. 집중력을 발휘해 한껏 달아오른 오케스트라에 최수열의 지휘봉은 예리한 칼날로 변했다. 잘 단련된 칼날은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며 템포를 한껏 끌어올렸다. 연주 초반의 조심스럽고 아슬아슬한 연주는 온데간데없이 각 파트 간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대단원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르간이 웅장한 저음을 울리자 ‘신비의 합창’이 울려 퍼졌고, 공연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마치 한경arte필하모닉과 최수열이 수개월 전부터 시작한 현대음악의 축제가 절정에 이른 모습 같기도 했다. 최수열과 한경arte필하모닉은 앞서 번스타인, 거슈윈, 윌리엄스, 코른골트 등 쉽게 들을 수 없는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호흡을 맞추며 섬세한 표현력을 가다듬어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 파트에서 집중력 있는 연주를 보여줬는데, 마치 잘 구성된 솔리스트와 듀엣 연주로 이뤄진 공연을 보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낳고 비극을 일으켰다. 종국에는 유토피아의 환영을 보고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게 된다. 하지만 방황 속에서도 고뇌하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그의 영혼은 끝끝내 구원을 받는다. 한편, 리스트는 피아노의 가능성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칭송받기도 했으며, 음악 외적인 이야기나 묘사를 담고 있는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리스트의 부단한 노력은 음악의 지평과 음악가의 미래를 드넓혔다.
최수열은 스스로 ‘프로그래밍에 미쳐있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현대음악을 대중에 선보이려 노력해 왔다. 그의 손끝에서 때로는 화합의 음표가 되었다가 때로는 우아한 솔리스트가 되었던 한경arte필하모닉은 오늘의 파우스트자 리스트였다. 지난 수개월 동안 그들이 보여준 노력과 앞으로의 여정이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길 바라본다. 조원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