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인천 송도 사옥.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천 송도 사옥.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국내외 임상 및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매출 1위 항암제부터 자가면역질환, 안과질환, 희소질환 치료제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키트루다 특허 만료 맞춰 R&D 속도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32조5000억원을 올린 면역항암제 블록버스터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로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등을 치료한다. 키트루다와 다른 항암제를 같이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키트루다의 활용 범위는 넓어지는 추세다.

셀트리온은 지난 8월 말 유럽의약품청(EMA)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 임상 3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했다. 오리지널 약물이 승인받은 모든 적응증에 대해 허가 승인을 받고 시장 및 매출 확대를 노릴 계획이다. 키트루다의 물질특허는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각각 2028년 6월, 2029년 11월, 2031년 1월에 만료된다. 셀트리온은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임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해 두 달 만인 지난달 12일 승인받았다. 업계에선 이르면 3년 안에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셀트리온뿐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을 허가받고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대형 병원 9곳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글로벌 임상은 올 4월 시작했는데,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오버랩’ 전략을 택했다. 보통 바이오시밀러 임상은 용량 등을 결정하는 2상을 제외하고 1상과 3상만 진행한다. 이때 허가당국과의 협의를 거치면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임상시험 기간이 단축되면 그만큼 상업화 준비를 앞당길 수 있다.

홍일선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는 “고가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개선과 국가 재정 부담 경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출시된다.

○포트폴리오 넓혀가는 삼성·셀트

양사는 글로벌 임상 및 시장 진출뿐 아니라 국내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출시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제품 수는 각각 9종으로 늘어났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이 30%가량 저렴한 만큼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과 의료비 절감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시한 제품은 면역학 4종(엔브렐, 레미케이드, 휴미라,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종양학 2종(허셉틴,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안과학 2종(루센티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혈액·신장학 1종(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등이다. 특히 에피즈텍은 국내에서 최초로 허가받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7월 출시됐다.

셀트리온제약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바이오시밀러도 총 9종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일 졸레어(제품명 옴리클로), 스텔라라(스테키마), 아일리아(아이덴젤트) 바이오시밀러 3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역시 질환 분야로 구분하면 면역학 5종(레미케이드 정맥·피하주사, 스텔라라, 졸레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종양학 3종(맙테라, 허셉틴,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안과학 1종(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등이다.

특히 ‘옴리클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된 졸레어 바이오시밀러다. 75㎎과 150㎎은 각각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약 28% 할인된 10만2960원과 19만5079원에 급여 책정됐다. 양사가 국내에서 내는 매출은 10% 미만이지만 합리적 약가, 재정 절감 차원에서라도 바이오시밀러 출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제품 특성상 약의 효능이나 안전성 등이 다 비슷하므로 마케팅 전략에서 시장 공략 차이가 나게 된다”며 “국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