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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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중국 바이오 기업과 드론 제조회사, 전기차 배터리 업체 등의 미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법안을 9일(현지시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한국경제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 26개 중 10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었다. 나머지 법안 중 상당수도 미국 국가안보에 관한 내용이었다.
9일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중국 관련 법안. / 한국경제신문 취합
9일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중국 관련 법안. / 한국경제신문 취합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공산당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5개 바이오 회사를 '적대적 외국 바이오 기업'으로 분류하고 이들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바이오시큐어 액트), 중국 드론회사 DJI의 신형 제품을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막는 중국 공산당 드론 대응법, CATL 및 BYD 등 중국 배터리 회사 제품 사용을 제한하는 배터리 의존도 감소법 등이 포함됐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에 중국 견제를 위한 법안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하원은 이번 주를 아예 '중국 주간'으로 정하고 관련 법을 줄줄이 표결에 부치는 중이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까지 통과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거치면 공포될 수 있다. 다만 남은 일정이 촉박해 연내 법제화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초당적 지지로 대부분 통과

“미국의 민감한 데이터를 중국에서 보호하고 국가 안보 위협에 대처하겠다.”(제임스 코머 미국 하원 감시위원회 위원장)

미국 하원이 새 의회 회기가 시작한 9일(현지시간) 총 8시간에 걸쳐 다양한 ‘중국 때리기’ 법안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26개 법안 중 중국에 관한 10개 법안 대부분이 반대하는 이가 없어 통과되는 식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생물보안법과 중국 악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연 3억2500만달러 기금 승인에 대한 법안은 표결에 부쳐졌으나 각각 389명 중 301명 찬성과 351명 찬성으로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날 하원에서 검토한 중국 관련 법안 중 통과되지 못한 것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표결을 미룬 홍콩 경제무역사무소(HKETO) 인증법 하나 뿐이었다. 하원은 이번 주를 아예 ‘중국 주간’으로 정하고 관련 법 수십 가지를 더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中 군대에 생체정보 유출 우려”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민감한 데이터 유출을 막겠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생물보안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테크, BGI그룹,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 5개사를 구체적으로 거명해 미국 정부와 관련 기관, 관련 기관의 자금을 받은 기업이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코머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BG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전자 데이터 수집회사”라며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 공산당과 협력해 유전자 검사센터를 운영하고 중국 군대의 연구를 지원하며 미국 회사의 지식재산권을 훔쳐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충전시설도 보안 대상”

중국산 배터리 이용을 제한하는 ‘배터리 의존도 감소법’도 데이터 보안을 입법 사유로 들고 있다. 이 법은 2027년 10월부터 국토안보부가 승인하거나 자금을 제공한 경우 이를 중국산 배터리 구입에 쓸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CATL, BYD, 엔비전에너지, EVE에너지, 고션하이테크, 하이튬에너지스토리지 6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목했다.

법안을 발의한 카를로스 기메네즈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은 “화웨이, 틱톡, 항만 크레인 등 (중국 정부가 정보를 수집한) 사례를 교훈 삼아 선제적 대응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ATL 등의 기업이 전기차에 악성코드를 설치해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충전 네트워크를 차단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반발.."미국 이익과 이미지 손상"

세계 1위 드론회사인 DJI의 신형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중국 공산당 드론 대응법’은 DJI산 드론이 촬영 데이터를 중국으로 전송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소비자용 라우터와 모뎀 등으로 인한 국가 안보 위험을 연구하려는 ‘라우터법’도 이날 하원을 통과했다. 미 하원은 직구 형태로 관세 부과를 회피하는 테무·알리 등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도 조만간 심사할 예정이다.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류펑위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주 “이 법안들이 (최종) 통과된다면 이는 양국 관계와 협력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미국 자신의 이익, 이미지, 신뢰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상원 통과 및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번 회기를 넘기면 11월 선거 결과에 따라 새 의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 이후에 다시 법안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양당 모두 서두르고 있지만,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