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공지능(AI) 관련 수혜주로 인해 일반 정보기술(IT) 업체의 부진이 가려져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열풍'으로 빅테크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IT업계 전반에 대한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를 주력으로 하지 않는 IT 업체들은 2022년 나스닥지수가 약 30% 이상 추락하기 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블랙록은 "IT업계에서 AI를 빼면 특별히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 없다"며 "상당수 IT 업체들이 아직 침체 상태인데 성장한 것은 AI뿐"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IT 컨설팅, 전자장비 생산 등 전통적인 IT 분야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수요가 약해지고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벌인 과도한 사업 확장과 재고 축적에 따른 후유증으로 일반 IT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I의 급격한 성장으로 투자 쏠림이 나타나면서 제대로 투자자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소규모 IT 업체들의 성장은 크게 둔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S&P500 IT지수 그룹은 지난 12개월 매출 증가율이 평균 6.9%에 그쳤다. 과거 5년 평균은 10%였다. 주당순이익은 12개월 평균 증가율이 16%로 집계됐는데, 지난 5년 평균은 21%였다.

이런 현상은 소형주 지수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러셀2000에서 IT 부문은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감소해 전체 업종에서 두 번째로 저조한 성과를 나타냈다.

올 하반기 들어 'AI 열풍'이 식고 있단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존 빅테크에서 금융 등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다. 토니 왕 티로우프라이스 매니저는 "지난 2년간 AI만 유일하게 잘 되는 분야라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2년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AI발 낙수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FT는 "AI를 제외한 IT업계의 침체기는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AI 관련주 상승 랠리에 따른 낙수효과가 IT업계 전반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전하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IT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